국회의원의 '오만과 편견'…공천심사 백태

입력 2006-03-21 09:51:14

한나라당 대구시당 및 경북도당이 이달 내내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당 공천자 고르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특정인 공천을 주장하면서 공천심사위원들과 갈등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심사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심사위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모았다.

◆대구

기초·광역의원 공천신청자 가운데 범죄 전력자들이 가장 많이 탈락했다. 이 때문에 공천신청 추가 공모 사례까지 빚어지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내정한 인물 가운데 상당수가 공천기준에 걸려 탈락하면서 기초단체장 신청자가 광역의원으로, 광역의원 신청자가 기초의원 후보로 '하향' 탈바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추천하는 인물을 반드시 공천하겠다는 무리수에서 빚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내정자' 탈락

한 광역의원 지역구에선 국회의원이 내정한 인물을 포함해 대다수 공천신청자가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후보를 재공모하기로 했다.

한 기초의원 선거구에서는 국회의원이 내정한 인물에게서 관공서 납품비리(뇌물공여) 혐의가 드러나 공천탈락자로 분류됐다.

다른 지역의 경우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추천한 인물이 범죄경력 때문에 탈락하고 대신 한 여성 신청자가 낙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역에선 노래방을 운영하다 벌금형을 여러 번 받은 인물이, 다른 지역 한 신청자는 세금납부 실적이 전혀 없어 각각 탈락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해당지역 국회의원들이 '경미한 범죄'나 '생계형 범죄'는 덮어두자고 떼를 쓰다 당 외부에서 들어간 공천심사위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향 탈바꿈도

대구 한 기초단체장 신청자는 최근 공천신청을 철회하고, 광역의원 추가공모 지역에 다시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광역의원 공천을 신청했던 2명은 공천신청 마감 직후 기초의원 지역구로 공천신청지를 바꿨고, 기초의원 신청자 1명도 역시 다른 지역으로 변경했다.

이 밖에도 일부 광역의원 공천신청자가 기초의원 지역구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고, 다른 지역구로 바꿀 것으로 알려진 광역 및 기초의원 공천신청자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해당지역 공천자가 내정된 것을 뒤늦게 알고 공천지를 변경했거나, 국회의원으로부터 변경을 권유받은 이들로 전해졌다.

◆경북

▷국회의원 '항의'=한 공천심사위원은 최근 기초단체장 공천을 신청한 모 씨에게 과거 탈당 경력에 대한 의견서를 내도록 했다. 하지만 며칠 뒤 해당 지역 국회의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당신이 뭔데 내가 내정한 사람한테 의견서를 받는냐'는 얘기였다. 이 심사위원은 "도덕성 검증을 위해 당연히 받아야 할 자료인데도 왜 받느냐고 국회의원이 개입하면 심사를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개탄했다.

다른 한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공천 신청자를 직접 교통정리했다. 자질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기초단체장 신청자를 광역의원으로, 광역의원은 기초의원으로 조정하는 실력(?)을 발휘한 것.

▷끝까지 버티자=공천심사위원이기도 한 국회의원 두 명은 "넌 줄 수 없어" 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현직 기초단체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요즘 적잖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역 단체장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 공천을 안 줄 명분을 못 찾고 있어서다. 명분 찾기를 위해 공천심사 마지막까지 버티기 작전에 들어간 상태.

▷가지치기=한 기초단체장은 지역 국회의원이 평소 "당신은 안돼"라고 했던 공사석에서의 발언 때문에 무소속 출마를 해야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북지역 한 기초단체장 공천을 신청했다가 여론조사 대상에서조차 배제된 한 인사는 최근 도당 공천심사위에 재심사를 요청했다. 지역에서 경쟁자들 못지 않은 지지를 받고 있는 자신이 탈락한 것은 지역 국회의원의 사전 '가지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러나 심사위는 이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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