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세계야구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입력 2006-03-20 08:54:21

올해 처음 출범한 '야구 월드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아쉽게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세계 야구의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대만을 꺾고 아시아 라운드를 통과(8강 진출)하는 것이 사실상의 목표였지만 일본을 두 차례나 꺾고 '종주국' 미국을 제압하는 등 눈부신 활약으로 4강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과 일본, 중남미로 대표돼 온 세계 야구 강국의 대열에 당당히 끼게 됐다. 또 미국 메이저리그 더블 A 수준으로 평가받았던 한국 야구는 앞으로 최소한 트리플 A 이상의 대접을 받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힘'을 앞세우는 미국 야구와 '세기'를 앞세우는 일본 야구의 장점을 모두 살린 세련미 넘치는 야구를 선보여 세계 야구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 이승엽은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들을 능가하는 힘을 과시했다. 4게임 연속 5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홈런더비 1위에 올랐고 10타점을 올려 이 부문 공동 1위를 마크했다.

세기면에서도 한국은 안정된 마운드와 탄탄한 수비, 신기에 가까운 코칭 스태프의 용병술 등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재응과 박찬호 등은 전전후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거다운 모습을 보였고 국내파 가운데서도 오승환 등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한국은 오른손 정통파 중심의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를 내세운 뒤 다양한 유형의 중간계투진을 가동, 상대 타자들의 혼을 빼놓았다.

비록 타격 감각이 좋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박진만은 빅리그급 수비로 박수를 받았다. 김인식 감독과 김재박, 선동열 코치 등 코칭 스태프는 친화력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경기 외적인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특히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허슬 플레이를 아끼지 않는 투혼은 한국 돌풍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메이저리그의 박찬호, 김병현, 김선우, 서재응, 최희섭, 봉중근과 일본프로야구 이승엽(요미우리) 등 대표팀 소집 명령을 받은 해외파 7명이 모두 자진해 태극마크를 달았고 국내파 토종 스타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대표팀에 합류, 한국 야구 사상 최강의 드림팀이 탄생했다.

부동의 4번타자 김동주는 첫 경기인 대만전에서 1루 베이스에 슬라이딩을 하는 파이팅을 보이다 상당 기간 결장이 예상되는 어깨 부상을 당했다. 김동주의 부상은 전반적인 타선 침체로 이어졌지만 이후 동료들에게 투혼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도쿄대첩'을 통해 3전 전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서도 멕시코를 2대1로 꺾은 데 이어 미국을 7대3으로 격파, 파란을 일으켰다.

또 숙적 일본에 다시 한 번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두면서 우리보다 50년 가까이 앞서 있다는 일본의 자존심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일본과 연속된 1점 차 짜릿한 승리는 국민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줬고 이는 2002년 월드컵축구 4강 신화에 못지 않은 전 국민적인 야구 열풍을 불러왔다. 정부는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야구 태극전사들에게도 병역면제 혜택을 줬다.

그러나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우승을 미리부터 염두에 둔 WBC조직위원회의 불합리한 대진 탓에 한국은 이미 두 차례나 꺾은 일본과 세번째 맞닥뜨리는 짜증나는 상황을 맞이했고 결국 단 한 번의 패배로 결승 문턱에서 내려서야 하는 아픔을 맛봤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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