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의 아내 살해

입력 2006-03-18 11:29:58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실 3급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이모 씨는 16일 밤 10시께 귀가한 아내와 집에서 술을 마신 뒤 부부싸움을 하고 17일 0시55분쯤 함께 집을 나와 승용차 안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이씨는 범행 후 태연히 청와대에 출근했다. 숨진 아내를 태운 승용차를 도심에 그대로 방치해 둔 채 출근한 그의 배짱이 보통 아니다. 사건 노출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자수할 생각조차 않은 것이다. 청와대라는 최고의 기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소행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잠복 중인 경찰에 연행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던 중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부부싸움을 하다 홧김에 살해했다는 것이다. 범행 동기는 여자 문제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들 부부는 10여 년간 연애 끝에 2003년 결혼한, 아직도 신혼 분위기가 남아 있을 법한 부부였다.

죽은 아내는 열린우리당 대변인실 간부로 남편과 아내 두 사람 모두 우리 사회 최고의 인텔리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에서 중요 역할을 맡고 있는 실세 부부다. 아마도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오겠지만, 있어서 안 될 불행한 일이다.

우리 사회의 결혼 풍속'부부 생활의 가벼움과 비정상적인 부분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사회 풍조에 물든 철없는 부부들에게 이번 사건은 경종이 되어야 한다. 쉽게 싸우고 쉽게 헤어지는 시대라 하지만 부부의 갈등이 살인으로 비화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청와대는 이씨를 직권 면직할 것이라고 한다. 소속 직원의 참극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부부 관계는 외부인이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부분이 있기에 직장에서 왈가왈부하기 어렵기는 하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모든 부분에서 모범이 돼야 하며 그것은 가정생활도 예외일 수가 없다. 고위 공직자, 핵심기관 근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관리 감독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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