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관의 인물탐방-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장

입력 2006-03-17 07:12:09

대중의 뜻은 모두 옳은 것일까?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는 민주주의 원칙에서 보면 '그렇다'가 정답이다. 그러나 대중의 뜻이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당시의 사회 환경과 형편이 뒷받침돼야 한다. 시대 상황에 걸맞지 않은 여론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옳은 것이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음은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한길리서치연구소 홍형식(洪亨植·46) 소장은 일에 관한 한 보수를 고집한다. 검증된 방법만이 위험을 줄인다고 여긴다. 조사는 전화 또는 직접 면접을 고집한다.

업계 대부분이 외국계 자본과 제휴를 하는 상황에서 그는 전략적 제휴의 유혹을 떨쳤다. 대신 미국에 법인을 설립, 해외 진출을 선택했다. 제휴는 편한 일이지만 10여 년 공들여 일군 연구소를 외국에 넘기기 싫어서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중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위력과 위험성을 잘 안다. 여론조사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을 생각할 때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고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조사는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초등학교 영어교육 찬반 여론조사는 한 예다. 조사 결과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대안으로 선택된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문제는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가르칠 교사도 준비 안된 형편에 다수가 찬성한다고 무작정 실행에 옮긴 탓이다.

여론조사는 믿음이 최우선이다. 연구원들에게 가치중립의 규범을 일깨운다. 개인적 취향은 인정하지만 조사에 임해선 개인의 호불호를 용납하지 않는다. 여론조사기관이라는 용어도 마뜩치 않다. 기관이라는 의미가 자칫 솔직한 대답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고 여긴다.

1993년 단돈 50만 원으로 강단의 길을 포기하고 뛰어들 당시 기존의 상대들은 기라성 같았다. 그래도 동호회를 같이하던 동료들의 맨파워를 바탕으로 원칙을 지키면 공신력을 얻으리라 믿었다. 다행히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처음 시작할 때 명함을 돌린 게 연구소 홍보의 모두다. 아직 홍보물도 없다. 그러나 입소문이 나면서 한번 찾아 온 이가 다시 찾고 입소문이 퍼져갔다.

좌절의 순간도 있었다. 수요자가 기대하지 않은 조사결과가 조작이란 덤터기를 안겼다. 97년 대선 당시 유력 신문사의 여론조사를 맡아 여당 후보가 밀리는 결과를 내놓았다. 곧바로 악소문이 돌았다. 해명은 소용이 없었고 유언비어는 5년이나 괴롭혔다.

한때 사회과 교사를 한 그의 자녀 교육은 별나다. 아직 초등학생인 딸 아들에게 과외를 시키는 대신 책 읽기를 권한다. 방과 후 도서관에서 1시간씩 책을 읽고 오라고 한다. 학원 대신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 아이들의 성적은 평균 이상이다. 틈틈이 아이들과 여행을 다닌다. 많이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군위 제2 석굴암 인근의 고향이나 학창시절을 보낸 대구는 언젠가 다시 돌아가야 할 땅이다. 그의 눈에 비치는 지금 고향의 침체는 "과거 지역 지도층들이 향후 지역 진로를 고심하지 않은 결과"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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