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 참 꼴불견이더라. 국정감사 온 국회의원에게 눈 도장 찍으려고 군수 출마 희망자들이 읍을 하고 줄 섰더라, 국회의원이 이제 완전히 왕 됐더라." "어느 고위 지방공무원이 서울로 어디로 국회의원을 찾아다니고도 공천 확답을 못 받아 사표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헤매는 모양이더라, 그렇게 몸 낮춰서야 당선된들 시장 제대로 하겠나." "희한한 일 다 봤제, 일흔 가까이 된 군수가 아들같이 새파랗게 젊은 국회의원 화장실 갔다 나올 때까지 물수건 챙겨 기다리고 있다더라." "그 군수는 다른 군 지역까지 따라다니며 그 국회의원 수발 든대, 그 덕분에 그 나이에도 올해 선거 때 공천 받는다더라."… 오래전부터 들려오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더니 지난 9일 발표된 중앙선관위 자료에서는 상당수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고액을 헌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A 국회의원은 작년 일 년간 지역구의 구의원 5명에게서 200만∼500만 원씩 받았고, 광역의원 3명으로부터는 400만∼500만 원씩 받았다고 했다. B 국회의원은 지역구의 기초'광역의원 외에 구청장으로부터도 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거래된 돈들은 '공천헌금'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의심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방의원이나 기초단체장은 국회의원의 밥"이라는 말이 나오고도 쇨 지경이다. 국회의원과 지방선거직 사이에 '먹이사슬'이 형성돼 버렸다는 탄식이 뒤따르는 것 또한 필연적이다. 그런 관계가 특히 선명하게 감지되는 곳은 특정 정당의 지배력이 압도적인 지역들이라 했다. '먹이사슬'은 정당들의 지방 분할 독식 구도에 기초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당 공천권 독점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정당 공천 제도를 기초의원에게로까지 확대한 것이 그런 상황을 심화시켰다고도 했다.
하지만 잘 굽실거리기나 '충성금' 잘 바치기 정도만으로는 지방선거직 공천을 보증받기 힘들다는 '훈수'가 있었다. 총선 때 그 자신의 선거 운동을 얼마나 잘해 줄까를 국회의원들은 더 중요한 공천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지방선거는 결국 국회의원의 차기 선거운동원 뽑기 행사가 되고 말리라는 회의가 깊어졌다.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지방의원 유급제도 본래의 목적과 달리 국회의원 행동대에게 시민들이 월급을 대 주는 결과밖에 안 될 것이라는 얘기가 이어졌다. 이런 걱정을 방증하듯, 지방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국회의원의 '제 사람 심기'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2004년 총선에서 공을 세웠던 지방의원에겐 이미 '보은 공천' 약속이 주어졌고, 그렇잖은 지방선거구에서는 2008년 총선용 행동대원 공천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먹이사슬'이 지방자치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나, 적잖은 사람들은 해악이 그쯤에서 그치기만 해도 다행일 것이라며 더 깊이 절망하고 있었다. '국회의원의 사람들'이 지방 선거직으로 읍'면'동 단위에까지 쫙 깔리고 나면 지역 사회 전체가 국회의원 한 사람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하게 예속화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된 다음엔 취직이든, 사건 해결이든, 공사 따기든 뭐든 간에 정당에 줄을 대지 않고는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리라고 걱정했다. 공무원들 역시 줄을 서지 않고는 승진을 바라기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관료 조직이 와해될 것이며, 관변의 일자리라면 임시직 하나라도 정당의 추천 없이는 얻어걸리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생각하면 정말 무서운 상황이다. 국회의원 개인이 한 지역구를 황제같이 지배하고, 특정 정당이 영남'호남 등등으로 분할된 광역을 무소불위로 지배하게 된다면, 그건 일인 독재 일당 독재에 다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할수록 무서운 상황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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