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대구 뚝심"…이승엽 맹활약에 시민들 열광

입력 2006-03-15 10:19:23

"내친 김에 우승까지 가자!"

14일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이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된 미국 대표팀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장면을 역, 학교, 직장 등에서 함께 한 지역민들은 승리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특히 대구 출신인 이승엽(일본 요미우리) 선수가 선제홈런을 통해 팀승리를 이끌자 지역민들은 "지역 출신이 우승의 신화를 이끌자"고 입을 모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날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WBC야구대회와 한국팀의 승리를 견인한 이승엽이 화제였다.

한국과 미국의 WBC 야구경기가 열린 이날 오후 동대구역 대합실에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야구중계를 보기 위해 TV앞으로 몰려들었다. 미처 벤치에 앉지 못한 시민들은 아예 바닥에 주저앉거나 짐 보따리를 든 채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일부는 아예 "경기 끝날 때까지 기차를 타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서울에 볼 일이 있어 동대구역을 찾았다는 김기용(55) 씨는 "기차시간은 2시인데 야구를 보고 싶어 일찍 역에 나왔다"며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 약속을 미루고 야구를 끝까지 볼까 생각중"이라고 기뻐했다.

1회 말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터뜨리며 미국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자 대합실은 순간 '와~'하는 함성과 함께 서로 손뼉을 마주치고 부둥켜안는 등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승엽 선수의 '골수 팬'이라는 회사원 최자연(36) 씨는 "모든 선수들이 잘 하지만 특히 이번 대회에서 대구출신인 이승엽 선수가 너무 잘해 대구경북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경기침체 등으로 그동안 지역이 어둡기만 했는데 이를 계기로 밝게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회사나 학교, 행정관서 등에서도 직장인과 학생, 공무원들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함께 하며 잔칫집 분위기를 만들었다.

대구시내 한 공무원은 "이승엽 등 대구 출신 선수들에 의해 최강이라고 자부하던 야구 종주국인 미국을 큰 점수차로 이길 줄은 몰랐다"며 "내친 김에 전승으로 우승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좋아했다.

이승엽·배영수 선수의 모교인 경북고에서도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교실안 TV를 틀어놓고 응원을 하며 하루 종일 들뜬 분위기였다. 경기가 막바지에 이른 오후 3시 30분에는 아예 학생들이 교사들을 졸라 경기가 끝날때까지 TV를 시청하며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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