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아웃 화합'이 승리의 원천

입력 2006-03-15 08:08:17

"약팀에게는 긴장된 모습으로, 강팀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야구가 최강 미국을 격파한 14일(한국시간) 경기가 끝난 뒤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인식 감독은 미국 언론사로부터 묘한 질문을 받았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TV인 ESPN 기자는 "한국야구의 철학이 무엇이냐, 김인식 감독의 개인적인 철학이 무엇이냐"고 물은 것이다.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은 김 감독은 "야구에 무슨 독특한 철학이 있겠나. 오늘 비록 승리했지만 한국은 아직 미국과 일본야구를 더 배우고 노력해야 된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철학에 대해선 "뭐 특별하다기 보다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단지 약팀과 붙을 때는 좀 긴장된 모습으로, 강팀을 만나면 편안하게 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1990년 쌍방울 레이더스 초대 감독을 맡았고, 두산 베어스를 9년동안 이끌면서 두 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김인식 감독은 지난 해 약체로 평가됐던 한화 이글스 사령탑에 부임해 예상치 못한 '돌풍'을 일으켰다.

'재활 공장장'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으면서 트레이드 마크인 '믿음의 야구'를 확실히 뿌리내린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다그치기 보다 선수들 스스로 우러나오게 만드는 묘한 능력을 갖고 있는 김인식 감독은 한마디로 '덕장'이다.

그런 김 감독의 넓은 포용력이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 처음 프로선수들이 포함된 대표팀을 출전시킨 뒤 이번까지 7번째 '드림팀'을 구성했지만 선수들의 강한 개성으로 인한 통제력 부재가 항상 말썽이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카지노 사건'이 발생했고 2003년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인 삿포로 대회에서는 음주 논란까지 있었다.

하지만 역대 최고의 스타들이 모인 이번 대회는 다르다.

단 한마디도 잡음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선수들의 '해 보자'는 분위기가 더그아웃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대표팀 전력 분석요원을 맡고 있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박찬호와 이승엽 등 해외파들이 먼저 나서 분위기를 주도할 만큼 모든 게 좋다. 김인식 감독의 독특한 결집 능력이 선수단을 뭉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클럽하우스 케미스트리(clubhouse chemistry)'를 승리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고 있다.

단체 경기인 야구에서 팀 분위기가 좋아야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겨울 뇌출혈로 쓰러졌던 김인식 감독은 아직도 다리를 저는 등 몸이 불편한 상태지만 특유의 '온화한 카리스마'로 한국야구 100년사를 새로 쓰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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