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야구 국가대항전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이승엽의, 이승엽에 의한, 이승엽을 위한' 무대로 굳어지고 있다.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이 WBC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확실히 떴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14일(이하 한국시간) 한국이 미국을 눌렀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승엽의 홈런포가 다시 한 번 폭발했다'며 크게 다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및 모든 구단과 미국민들의 관심이 한-미전에 쏠려 있을 때 이승엽은 지난 해 22승 투수인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의 직구를 125m짜리 대형 홈런으로 연결시켰다는 자체만으로도 미 언론의 전국적인 조명을 받기에 충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승엽의 투런 홈런이 일본을 3대2로 물리치고 멕시코를 2대1로 격침시켰다면서 고교시절 피처였다가 지난 2003년 300 홈런을 날린 세계 최연소선수가 된 이승엽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다.
이 신문은 2003년 56개의 홈런을 날려 모두들 아시아 기록이라고 강조했지만 이승엽은 한국의 기록일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며 "이승엽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래서 그런 식으로 대답한다"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의 설명을 덧붙였다.
이승엽은 "나의 꿈은 세개의 빅 리그에서 경기하는 것"이라고 메이저 리그 진출 의지를 거듭 밝힌뒤 "올해 일본에서 활동하지만 이 시즌이 지나면 자유계약선수가 된다"면서 "따라서 모든 것은 올해 성적과 성공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이같은 소개는 4경기 연속 홈런포, 본선 2차전까지 합계 5홈런 10타점으로 WBC 두 부문 선두를 질주 중인 이승엽에 대해 미국 유수의 언론이 뜨거운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지난 4일 중국과 예선전에서 감기로 컨디션이 최악인 상황에서 홈런 2방을 촉발시킨 이승엽은 5일 일본전에서는 1-2로 패색이 짙던 8회 역전 투런 결승포를 도쿄돔 우측 스탠드에 꽂아 넣으며 '도쿄대첩'을 이끌었다.
장소를 미국으로 옮겨 진행 중인 본선리그에서도 그의 홈런포는 식을 줄을 모른다.
13일 멕시코전에서 1회 투런포, 이날 솔로포 등 이승엽의 홈런은 팀승리와 직결되면서 상승 효과를 가져오는 덕분에 영양가는 단연 최고다.
벅 마르티네스 미국 대표팀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이승엽이 일본과 예선전에서 투런 아치를 터뜨리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파워도 좋고 아주 좋은 타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경기에서 타격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4회 고의 4구로 걸렀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팀 1루수로 나선 거포 마크 테셰이라(텍사스)도 "이승엽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아주 좋은 타격을 보였다"며 칭찬했다.
1회 복판 직구를 던졌다가 우중월 홈런포를 얻어 맞은 윌리스도 "이승엽이 워낙에 잘 쳤다"며 완패를 인정했다.
전날 멕시코전에서 선발이자 지난해 빅리그 15승 투수인 로드리고 로페스(볼티모어)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결승 투런포를 작렬시킨 이승엽은 이날은 반대로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고 곧바로 홈런으로 연결시키는 베테랑 타격을 과시, 수싸움에서도 한 층 진화한 기량을 선보였다.
이승엽의 미덕은 겸손함에서도 더욱 빛난다. 자신의 홈런은 아직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컨디션이 완전치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이 자신의 파워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자 "아직 소속 팀에서 주전 자리도 확보하지 못한 처지"라며 몸을 낮췄다.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다시 한 번 노리는 이승엽은 제 몸값을 받고 미국을 밟을 때까지는 소속팀의 우승과 일본 야구에서 성공을 위해서만 매진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시즌 전에 벌어진 WBC를 통해 홈런포 하나로 이미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이승엽은 빅리그 관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면서 벌써부터 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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