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 토종 에이스 자존심 세운다

입력 2006-03-14 08:03:33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30.롯데)이 14일 정오(이하 한국시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2차전 상대인 미국전에 출격한다.

13일 멕시코전에서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둔 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미국전 선발은 손민한"이라고 밝혔다.

본선 진출의 명운이 걸렸던 대만전과 일본전, 4강 진출의 햇살을 비춘 멕시코전까지 해외파 투수가 승부를 좌우했다면 야구 최강국인 미국을 상대로 한국 최고 투수인 손민한이 토종의 자존심을 세울 순간이 온 셈이다.

4강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멕시코를 일단 꺾었고 마지막 남은 '숙적' 일본전에 총력전을 펼친다고 볼 때 미국전은 어찌 보면 피해갈 수 있는 경기로 치부할 수 있으나 도리어 손민한이 메이저리그를 주름 잡는 타자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자신의 기량을 펼친다면 승부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이미 미국이 B조 예선전에서 트리플A, 대만프로야구 출신 무명의 투수들에게 혼쭐이 난 터라 전혀 알려지지 않은 손민한이 나선다면 의외의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다.

김 감독은 "미국전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고 80개까지 던질 수 있는 선발 손민한이 5회까지만 선방한다면 해외파 국내파가 혼합된 '필승의 계투조'를 투입, '이기는 야구'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8승(7패)과 방어율 2.46을 올리며 다승.방어율 2관왕을 차지했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까지 석권한 손민한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기교파 투수.

최고구속 145Km의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반포크볼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데 귀재라는 평을 듣고 있다.

아직 '큰 물에서 놀아본' 경험은 없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노하우를 터득한다면 서재응(LA 다저스)처럼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투수로 꼽힌다.

손민한은 예선 중국전에 선발 등판, 4이닝 동안 46개를 던져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1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평가전에서도 선발로 나와 2이닝 동안 안타 2개를 맞았으나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무실점으로 막아 미국 타자들도 공략하기 힘든 투수라는 점을 증명했다.

손민한이 부산고-고려대 동기 동창으로 아마시절 무수한 우승을 달성한 대표팀 포수 진갑용(삼성)과 다시 한번 찰떡궁합을 이뤄 미국이라는 '대어'를 낚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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