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 성폭행 살인범, 항소심서도 무기징역

입력 2006-03-13 10:11:15

결혼을 석 달 앞둔 이웃 여성을 성폭행한 뒤 무참히 살해하고 증거 인멸을 시도한 살인범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재환 부장판사)는 여성 2명이 잠자던 집에 침입, 발각되자1명을 흉기로 마구 찌르고 이 여성이 숨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옆에서 다른 1명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모(29)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1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한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사망한 것으로 착각한후에도 다른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죄질과 결과가 중하고 치밀하게 흔적을 제거하는 등 범행수법이 잔인해 형이 무겁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중순 새벽 서울 서초구 한 오피스텔에서 옆집에 혼자 사는 A (당시 30세)씨를 성폭행하려고 새벽에 몰래 침입해 흉기를 들고 둘러보다 마침 지방에서 올라와 A씨와 함께 잠자던 친구 B씨와 눈이 마주쳤다.

김씨는 놀란 B씨가 소리를 지르자 살해하기 위해 흉기로 5번 찔러 B씨가 기절하자 숨졌다고 생각해 침대 한쪽으로 밀어낸 뒤 A씨를 위협해 2차례 성폭행했으며 A씨는 "결혼이 석 달 남았다"며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김씨는 A씨가 자신을 알아볼 수 있다는 생각에 A씨에게 몸을 씻게 한 뒤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1시간 이상 현장에서 지문과 머리카락 등을 제거하고 침대 시트도 오려내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김씨는 3시간여에 걸친 범행을 끝내고 옆 방인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흉기 등범행도구를 낚시용 가방에 담아 한강으로 가 버린 뒤 태연히 미리 예정된 입사면접까지 보는 대담함을 보였다.

예비신부 A씨는 실수로 문단속을 하지 않고 잠들었다가 참변을 당했고 '완전 범죄'를 꿈꾸던 김씨의 노력으로 사건은 미궁에 빠질 뻔했지만 피해자의 몸과 침대 시트에서 증거물이 검출되면서 극적으로 범인이 밝혀졌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는 "결혼을 앞둔 A씨는 친구 옆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생명을 잃는 참담한 결과가 생겼고 B씨는 친구가 살해되는 현장에서 돕지못한 채 고통을 참으며 죽은 것처럼 가장하는 끔찍한 경험을 겪어 그로 인한 피해는평생 완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엄벌에 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범행은 증거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을정도로 피고인이 침착하고 치밀해 우발적인 것이 아니며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해 대학을 졸업하고 정상적 사회생활을 한 사람의 행동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고비인간적이어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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