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추진해온 고건 전 총리와의 지방선거 연대 시나리오가 사실상 물 건너 간 분위기이다. 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2일 시내 한 식당에서 고 전 총리와 오찬 회동을 갖고 5·31 지방선거에서의 제휴 문제를 논의했지만, 서로의 시각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대화내용은?=정 의장은 자신이 주창한 '미래-평화-개혁세력 연대론'과 고 전 총리의 '중도실용주의 연대론'의 공통점을 부각시키면서 지방선거에 앞서 고 전 총리와의 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2시간에 걸친 정 의장의 '러브콜'에 대해 조목조목 이유를 제시하면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일단 지방선거 때까지는 '마이웨이'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고 전 총리는 "중도실용주의세력의 연대는 국가적 차원이며, 이번 지방선거 차원에서 연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와의 격돌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정 의장의 '지방정부 심판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임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시각차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정 의장은 2년 전 이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의결됐다는 것을 거론하면서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고 전 총리와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믿는다"고 '운명공동체'론을 폈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탄핵사태는 지났지만 리더십의 위기는 가시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여당 대표께서 앞장서서 정치의 새 패러다임을 열어달라"고 화제를 돌렸다.
고 전 총리는 또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며 "서민의 하루하루 살림이 고달픈데 성추행이다, 골프다 정치권이 옥신각신해서 국민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이해찬 총리의 골프파문을 겨냥했다.
◆회담결과는?=당초 기대와는 달리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한 이날 오찬 분위기를 반영하듯 정 의장과 고 전 총리는 오찬이 끝난 뒤 식당 바깥까지 함께 걸어나와 악수를 하고 헤어졌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두 사람은 향후 다시 만날 약속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고 전 총리와의 연대론은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고 전 총리의 발언은 우리당과의 연대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만 밝힌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만 성숙된다면 우리당과 고 전 총리의 연대론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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