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3일은 화창한 날씨였다. 높은 하늘에 뭉게구름, 아기구름이 이리저리 떠다니며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아래에서는 모처럼만에 상주시민들이 한데 어울려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함박 웃음으로 가득차 있었다. 잠시후에 있을 끔찍한 사고를 전혀 모른채.
오후 5시 40분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작은 도시를 뒤덮었다. 구급차는 몰려드는 관중들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달렸다. 구급차가 멈춰 선 곳은 상주시민운동장 직 3문. 그곳에서는 이미 비극이 시작되었다. 당시 상황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사람이 사람을 밟고 넘어갔고, 사람들은 인파에 떠밀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마침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졌다. 그날 직 3문에서는 160명이 다쳤고, 11명의 애궂은 생명은 주검이 되어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희생자는 모두 할머니와 아이들이었다. 유족들은 그날 사랑하는 사람이 겪었을 고통을 떠올리며 오열했고, 가슴에는 천추의 한이 남았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나간 2006년 2월 17일 오전 10시. 대구지법 상주지원 1호 법정에서는 상주참사에 관련된 피고인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고, 재판부는 피고인 전원에게 중형을 선고하였다. 그 동안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속에서도 참사의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외로이 싸워온 유족들의 작은 승리였다.
상주참사는 왜 일어났을까? 상주참사는 행사를 진행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예견된 사고였다. 상주자전거축제의 일환인 mbc가요콘서트는 상주인구 12만명 중 2만여명이 모여든 행사로 상주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상주시는 상주자전거축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편법을 동원하여 상주시장의 매제가 회장으로 있는 국제교류문화진흥협회를 행사대행사로 선정하였다. 선정 과정에서 협회와 담당공무원사이에는 뇌물이 오고갔고, 상주시는 협회가 행사대행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어떠한 사전검토도 없었다. 더욱이 행사진행과정에서 상주시는 행사대금에 대한 지급보증과 각종 특혜까지 주었다. 행사당일은 더욱 심각하였다. 2만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콘서트의 경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안전조치다.
그러나 행사대행을 맡은 협회는 전문안전요원 없이 단지 아르바이트생과 자원봉사자들로만 구성된 경비인력만 배치하였고, 상주시 담당공무원은 안전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행사진행을 강행하였다. 상주시장은 사고발생의 가능성을 사전에 2번씩이나 보고받았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요콘서트 행사주관사인 mbc도 리허설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잘알았음에도 적극적 방지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행사와 관련한 모든 책임자들의 무책임한 행정편의주의와 안전불감증이 이번 참사를 발생시킨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신속하고도 정당한 보상과 참사를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대책의 수립에 있을 것이다. 먼저 상주시는 이번 참사로 고통을 받고 있는 유족들과 부상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 보상에는 단순한 금전적 보상만이아니라 돌아가신 원혼들을 위한 추모비 건립과 추모제실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땅에 이러한 후진국적 대형사고가 재연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종합적인 안전망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이번 참사에서도 알수 있듯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전횡이 참사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감사원이나 경상북도는 조속한 시일내에 상주시에 대한 행정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2월 21일 유족들로부터 이메일 1통을 받았다. 120여일동안 진실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하여 설치한 천막을 철거하고 분향소를 옮긴다는 내용과 그동안 상주시민들이 보내준 위로와 성원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이호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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