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F 프리뷰-뮤지컬 '번데기'

입력 2006-03-13 07:47:37

산다는 것이 언제나 즐겁기 만한 것은 아니다. 암울하고 고뇌해야하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찾아온다. 당장에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하기만한 시간,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잠시 스쳐가는 짧은 시간이 되기도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영원히 빠져 나오지 못할 만큼 깊은 늪이 되기도 한다. 그 노력 여하는 각자의 몫으로 던져진다.

뮤지컬 '번데기'는 이런 시련의 터널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형 연출가인 재호는 화재로 죽은 아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자신을 가둔다. 기계체조 선수였던 민희는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재활치료를 거부한 채 실의에 빠진 나날을 보낸다.

그들에게 세상은 '좌절'로 가득 채워져 있다. 내일을 잃어버린 재호와 민희. 그러나 그들에게 '희망'이란 단어는 단지 사전 속에만 있는 글자가 아니라는 계기가 찾아온다.

프레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딤프) 참가작 가운데 유일한 창작 작품인 뮤지컬 '번데기'는 탄탄한 극의 구성에 아름다운 노래, 춤이 버무려져 있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작가 오은희 씨가 작품을 쓰고, '동화세탁소'의 작곡을 맡은 최종혁이 곡을 붙였다. 1994년 서울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제18회 서울연극제 대상과 연기상을 받았다.

여기에 대구 무용협회, 음악협회, 연극협회 등 대구의 예술인들이 한데 뭉쳐 관객들에게 '감동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은 사회에서 소외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좌절과 갈등, 그리고 재활의지와 희망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과 의지의 전달이다.

이를 위해 대구연극협회 부회장이면서 극단 동성로의 대표인 문창성 씨가 연출을 신현욱, 고봉조, 이민주, 황윤희, 손호석, 박미화, 성수빈, 추연경, 김일우, 나지현 등이 출연해 무대를 꾸민다. 제작에 참여한 대구의 예술 각 단체의 전문가들은 차별화되는 작품을 통해 대구 뮤지컬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총기획을 맡은 김태석 대구연극협회장은 "흥행위주의 상업적 뮤지컬이 판을 치는 요즘 작가의 의식과 교훈성, 그리고 잘 짜여진 드라마적 구성이 실험성 돋보이는 무대표현과 잘 어우러져 주제의식은 상실되고 오락적 기능만 강조되는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전해줄 것"이라고 했다. 17일 오후 7시30분, 18·19일 오후 4시·7시. 봉산문화회관. 1만~3만 원. 053)606-6334.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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