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와 부산지역 인사들의 '3.1절골프' 파문이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당사자들의 잇단 말바꾸기와 엇갈린 해명에다 그동안 함께 골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이 이 총리와 같은 조에서 내기 골프를 한 것으로밝혀지는 등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총리의 그린피를 내준 사람에 대해서도 엇갈린 발언과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병중 넥센 회장은 지난 99년에도 이 총리, 이기우 교육부 차관과 함께골프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 총리와 부산지역 인사들의 관계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거액 내기골프 했나 = 이기우 차관은 지난 7일 이번 파문과 관련한 해명에서'내기골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일경제신문은 10일 아시아드 골프장 관계자의 말을 빌어 "100만원 정도의 돈을 걸고 내기골프를 쳤다"고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파문이 확산되자 이 총리와 같은 조에서 골프를 했던 강병중 넥센회장.정순택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영남제분 류원기 회장 등 3명은 10일 연명으로보도자료를 냈다.
이들은 보도자료에서 40만원을 상금으로 내놓고 2명씩 팀을 이뤄 승부를 겨룬뒤 홀마다 이긴 팀이 2만원의 상금을 가져가는 이른 바 '라스베이가스식 스킨스'게임을 했을 뿐이며 그나마 이 돈의 일부는 운동이 끝난 뒤 2명의 경기보조원에게 수고비(캐디피)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처음부터 내기를 한 것이 아니고 1,2홀이 지난 뒤 돈을 내놨고 캐디피로는 1인당 10만원씩 20만원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 몫의 상금은 경기보조원들이 갖고 있다가 목욕을 마친 뒤 캐디 마스터를 통해 전달하려 했으나 이 총리는 받지 않고 "경기보조원들에게 주라"고 말했다고이들은 덧붙였다.
◆류원기 회장 골프 쳤나 안쳤나 = 이 차관은 3.1절 골프모임에 이 총리와 자신외에 강병중회장,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영남제분 유원기회장, 정 전 수석, 부경대목연수 총장, 삼미건설 박원양 회장, ㈜남청 이삼근 회장 등 9명이 참석했고 2조를구성하기에 1명이 남아 박 회장이 빠지고 식사할 때 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원공제회의 주식매입 의혹과 관련된 영남제분 류 회장은 이를 부인했다.
부산일보는 류회장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류 회장은 골프장에는 갔지만 골프를 치지는 않았고 다른 사람이 내 골프백으로 대신 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류 회장이 함께 골프를 했는 지에 대해서는 "류회장이 왔는 지모르겠다"거나 "왔지만 골프는 안했다" 또는 "내가 말할 부분이 아니다"는 식으로애매모호만 말로 얼버무려왔다.
그러나 류 회장은 10일 강병중회장.정순택 전 수석과 연명으로 내기골프 관련해명자료를 냄으로써 이 총리와 함께 골프를 한 사실을 스스로 시인했다.
◆언제부터 아는 사이인가 = 이 총리와 부산지역 인사들의 모임에 대해 이 차관은 지난 7일 해명에서 "2004년 9월인지 10월인지 부산에서 골프를 같이 했으며 이총리와 신, 박원양 회장, 정순택 전 수석,강병중 회장 등 5명이었는데 더 찾다보니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류원기 회장이 같이 했다"며 "첫 골프모임이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그러나 다음날 "총리께서는 2004년 9월27일 골프를 치지 않고 저녁모임에만 함께 했다"며 전날의 발언을 정정했으며 총리실측도 "이 차관이 착각한 것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차관은 영남제분 류 회장과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여러 차례 부산에서 골프를 함께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린피는 누가 계산했나 = 당시 그린피를 누가 계산했는 지, 특히 이 총리의그린피를 누가 냈는 지를 놓고도 말이 엇갈리고 있다.
이 차관은 "골프장 사장이 총리님을 회원대우해 3만8천원의 그린피를 내줬고 나머지는 관례에 따라 각자 계산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총리의 그린피를 아시아드골프장 사장이 계산한다고 해서 참석자들이박수를 친 일이 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 차관은 "저와 다른 분들이 각자 부담하던 관례대로 경비계산하는 분에게 다짜고짜(단박에) 계산해드렸다"고 각자 경비를 부담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강병중 회장은 10일 "그린피는 각자 냈고 식사비도 각각 냈다"면서도 "총리 것은 오라고 한 분이 냈지 않겠느냐"고 다른 말을 했다.
정순택 전 수석도 "그린피를 누가 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고 목연수 총장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린피를 내려고 카운터에 가보니 이미 계산이 끝나 있었다"며 "누가 돈을 냈는지는 모르겠다"고 이 차관과 엇갈린 말을 했다.
SBS는 10일 저녁 뉴스를 통해 부산지역 상공인의 말을 빌어 삼미건설 박원양 회장이 그린피를 모두 부담했으며 이 총리에 대해서도 회원대우를 해주지 않고 8명 모두 비회원으로 처리해 150여만원을 계산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3.1절 골프 누가 언제 주선했나 = 이 차관은 7일 "총리께서 의전비서실에 (2 월) 16일께 얘기했고, 비서실에서 부산에 연락해 자리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작년에 총리공관으로 초대받은 부산 상공인들이 답례로 골프모임에 '모시겠다' 는 거듭된 요청을 해왔고, 총리가 부산 장모 병문안을 가는 길에 운동을 하자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부산 상공회의소 신임 회장단과의 만남을 위해 이 총리가 부산에갔다는 총리실측과 참석자들의 당초 해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신정택 세운철강 대표 등 지역상공인 일동 명의로 6일 나온 성명도 "3.1절 골프는 부산 경제의 어려움을 하소연하기 위해 자리를 한번 같이 할 수 있기를 오래전부터 당부해왔고 그에 따라 두달전에 철도노조 파업과 무관하게 약속된 자리였다"고총리실측의 입장과 괘를 같이 했다. 그러나 부산상의는 "3.1절 골프는 부산지역 상공계의 공식요청에 따라 이뤄진게 아니라 총리와 친분이 있는 일부 상공인들이 주도해 이뤄진 것으로 상의와는 관련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