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서만완 원장과 국수사

입력 2006-03-09 16:46:31

흔히 비만인 사람들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불평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살들을 빼기 위한 노력을 해 보았느냐고 물으면 꽁무니를 빼기가 일쑤입니다. 찌는 몸을 탓하기만 했지 자신의 생활습관 중에 비만을 불러오는 행동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의사 서만완(47)원장.

그는 음식을 입에 담고 적어도 100번은 씹어보랍니다. 맛도 충분히 느낄 뿐 아니라 절대 과식하는 경우도 없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음식을 씹노라면 우리 몸이 제 먼저 알아서 적은 양에도 포만감을 준답니다.

초밥 집에서 서 원장을 만나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웰빙 식사법에 대해 들어 봤습니다.

"무릇 질병은 인체의 균형이 깨졌을 때 생기는 신체의 적신호입니다. 반대로 몸의 균형상태를 잘 유지하면 건강한거죠."

흑백논리가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 한 가지만 장복(長服)하는 경우가 많다. 서 원장은 설혹 인삼일지라도 체열이 많은 사람이 과용하면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대신 한 끼를 먹더라도 즐겁고 기분 좋게, 맛을 음미하며 먹어 볼 것을 권했다. 게다가 음식에 정성이 듬뿍 담겨 있다면 더욱 좋다.

3년째 초밥 집 '국수사(菊壽司)'를 자주 찾는 이유도 이 같은 정성에 반해서이다.

"이 곳은 전통 일본식 고추냉이도 톡 쏘는 자극과 함께 감칠맛이 나며 밥알 하나에도 주인의 장인정신이 배어 있습니다. 맛이요. 제 입맛에 딱 맞죠."

그러면서 긴 회감이 얹힌 초밥 하나를 행복하게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이런 서 원장이 요즘 관심을 기울인 분야는 물이다.

본인이 애주가이면서 약간의 알러지성 체질이다 보니 체내 흡수가 잘 되는 육각수 물에 비타민과 각종 무기질을 혼합, 직접 음용하면서 몸 상태를 관찰한다고. 간염이나 당뇨환자의 한약을 달일 때 이를 응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과음 후 숙취나 상대적으로 적고 환자들의 치료만족도도 훨씬 좋더라는 것.

"흔히 횟집이나 고깃집에서 마구 쌈을 싸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원래의 맛을 희석할 뿐 아니라 과식하는 경우가 있죠. 회나 고기 자체만을 조금씩 먹어보면 자연히 식사량도 줄고 제 맛도 느낄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이 때문에 기본 찬이 많이 나오는 한식집보다 정갈한 식단으로 소식(小食)을 유도하는 일식집을 좋아한다. 찬 성질의 음식과 더운 성질의 음식을 균형 있게 제공함으로써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점도 일식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맛이 달고 성질은 찬 채소 중 집에서 자주 먹는 가지, 오이, 무 등만 해도 음식의 소화를 돕고 위장을 튼튼하게 합니다."

2년 전엔 와인클럽에 가입해 회장직도 맡았다. 아직 초보단계라지만 와인 잔과 스크류 드라이버를 소지하고 다닐 만큼 열성적이다.

한의원을 찾은 환자들과 되도록 많은 대화를 갖고 싶다는 서 원장은 실험정신도 남다르다. 좋은 물에 대한 관심과 함께 지난 해 황연이라는 약재에서 노화방지물질을 추출해 비누제품을 만들었다. 올해엔 치약 만들기에 도전한다.

"괜한 일로 돈은 안 되지만 내가 좋아 하는 일인데 누가 무어랄 수 있겠습니까?"시간이 흘러 기자의 초밥은 하나도 남지 않았으나 서 원장의 접시에 아직 2, 3점이 남아 있다. 웰빙 식사법은 이렇듯 천천히 느긋하게 먹는 것이 기본인가 보다.

◇국수사

대구 수성구 범어 4동 KBS 가는 길 안 쪽에 위치한 '국수사'는 30년간 초밥을 빚어온 주인 김유호(50)씨가 초밥 1번지라는 간판을 내걸고 철따라 다양한 초밥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 호텔 근무경력을 지닌 김씨는 에도시대 초밥부터 현대초밥에 이르기까지 정통하다. 오전 6시부터 시작되는 쌀 불기에서도 계절에 따라 시간을 달리 할 정도로 정성을 쏟는다. 이렇게 지은 밥은 밥알 하나하나에 초물이 스며들 때까지 4, 5시간 숙성시킨다.

초밥에 얹는 재료도 도미, 참치뱃살, 갑오징어, 조개류, 장어, 계란 등 그 종류가 다채롭고 고추냉이도 일본에서 직수입한 것을 쓰며 간장도 김씨가 직접 만든 것만 사용, 미식가들이 미각을 유혹하고 있다.

1인분 1만 2천원에서 2만원까지 3종류의 초밥을 제공하며 가격에 맞춰 정통 일본우동과 참치뱃살 회도 따라 나온다. 053)756-4567

사진'박순국 편집위원 tokyo@msnet.co.kr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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