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몰래 보증서준 빚 안갚아도 된데요"

입력 2006-03-09 08:09:23

부산에 사는 김모(29)씨는 최근 할부금융회사로부터 9년 전인 지난 1997년 연대보증을 서준 외숙모가 채무 1천600만원을 갚지 않았으니 대신 상환하라는 독촉을 받고 깜짝 놀랐다.

1997년 당시 19살 미성년자로 연대보증을 서준 기억이 없었던 김씨는 부친이 자기도 모르게 보증을 서준 바람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것은 물론 취업도 어려워질것이라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9일 민원을 제기한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친권을 남용한 부모도 문제지만 금융회사의 대출 승인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대출금을 대신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김씨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외숙모가 대출을 받은 지난 1997년 당시 자신은 미성년자였으며 연대보증인으로 보증을 서준 사실도 없었는데 할부금융회사가 채무를갚으라고 독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할부금융회사는 김씨가 당시 19살이었으나 부친이 대리 발급한 김씨의 인감증명서와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미성년자 법률행위 동의서 등을 받았으므로김씨에게 연대보증채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분쟁조정위원회는 "미성년 자녀를 보증인으로 내세우는 부모의 행위는친권의 남용에 해당된다"면서 "김씨의 연대보증계약은 무효이므로 할부금융회사는김씨의 보증채무를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친권은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는 권리이자 의무이지 자녀에대한 절대적 지배권이 아니다"면서 "부친이 미성년자인 김씨를 보증인으로 세운 것은 친권의 범위에서 벗어난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는 김씨를 위한 행위였거나 김씨와 함께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공동체를 위한 행위였다고 볼 만한 정황이나 증거자료가 없다"면서 "이번 친권 행사는친권 남용으로 민법 제2조 제2항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보증피해와 관련한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면서 "특히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보증인으로 내세워 나중에 자녀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도록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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