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에 목을 매단/ 간고등어 한손이/ 슬픈 표정으로 그네를 타고 있었다/ 저녁 무렵/ 한 켤레의 곤궁한 검정 고무신/ 고갯길을 터벅터벅 넘어오는 것이다/ 장날이면/ 손떼 묻은 아부지의 지게에 매달려 돌아오던/ 한손의 간고등어/ 오장육부에 꾸역꾸역 천일염을 채워놓고/ 삶이란/ 이렇게 염장으로 저려지는 것이란 듯/ 동짓달 기나긴 밤/ 저혼자 처마끝에 물구나무 서서/ 찬찬히 한 생을 흔들고 있었다'.
동짓달 새벽,아버지는 지게에다 산나물 몇 다발과 태양초 몇 근, 곶감 몇 접, 검정콩 몇 되박 등을 한짐 지고 어둑어둑한 새벽길을 떠나시곤 했다. 그런 날이면, 우리 사남매는 삼십리 장길을 떠난 아버지가 돌아오시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마음만 조급하여 종일 눈길을 동구밖 고갯길에 걸어 두었다. 그것은 아버지가 무사히 장길을 돌아오시기를 염려를 한 것 보다, 오늘 장엔 무엇을 사오실까가 더 궁금해서였다. 그땐 동짓달 짧은 해도 정말 지루하기만 했다.
저녁해가 서산을 넘어간 후에야 아버지는 눈에 익은 걸음걸이로 고갯길을 저만큼 띄엄띄엄 내려오셨다. 고봉밥 한 그릇을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놓고, 혹시나 우리들에게 속마음을 들키실까
괜시리 까치발로 서서 한참씩이나 물끄러미 담밖을 내다보시던 어머니는 그제서야 저녁상을 차리셨다.
우리들은 아버지의 지게에 매달린 군것질 봉지와 지푸라기에 묶여 매달린 간고등어 한손을 쳐다보며 빈 입맛을 다시기 일쑤였다. 다음날 아침이면 어머니는 우물가에 혼자 앉아 정성껏 고등어를 다듬었다.
고등어 한마리를 다섯 토막으로 잘라 천일염을 또 한줌 조근조근 뿌리셨다. 장작불을 피웠던 무쇠솥 아궁이에 적쇠를 올려놓고 노릿노릿 고등어를 구워 내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그렇게 신비로울 수가 없었다.
다섯 토막중에 아버지에게 머리부분을, 장남인 내게는 제일 가운데 토막을 주셨다. 얼마만인지 모른다. 이렇게 부모님 내외분과 모두 시집 장가를 가고 학부형이 된 우리 사남매가 나란히 아침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 본 것이.
그리고 그 밥상 위에 노릿노릿하게 구워진 너댓마리의 고등어와 서로 눈을 바라보고 앉았는데,
문뜩 서로 조금 더 큰 토막을 먹겠다고 아웅다웅하던 시절이 불현듯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스턴트 식품에 길 드려진 내 아이들과 조카들은 고등어 구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비린내가 난다는 것이다.
김환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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