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감경조항 없어져도 괜찮나

입력 2006-03-08 08:38:27

7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스크린쿼터를 1년의 5분의 2(146일)에서 5분의 1(73일)로 줄이는 영화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영화진흥법 시행령에 들어 있던 각종 감경조항도 삭제해 모두 73일로 통용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영화계 일각에서는 감경조항이 담고 있던 입법 취지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또다른 부작용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146일이 106일로 통용돼온 까닭

기존 영화진흥법 시행령 13조 2항은 '문화관광부 장관은 한국영화의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인구 10만명 이하의 시와 군(광역시 소속 제외) 지역에 대해 40일 범위에서, 그밖의 지역에 대해서는 20일 범위에서 스크린쿼터를 단축할 수 있다'고 명시해 낙후 지역 영화관에 혜택을 주어왔다.

또한 시행령 15조 2항과 시행규칙 11조는 설, 추석, 연말연시, 여름 성수기(7월16일~8월24일)에 한국영화를 상영하면 1일을 3분의 5일로 계산하고, 입장객 수 등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통합전산망에 연동하면 20일을 감경한다고 규정했다(단 감경일수의 합계가 40일은 넘을 수 없도록 해 1년에 한국영화 상영일수가 최소한 106일이 되도록 했다).

성수기에 할리우드 영화가 극장가를 독점하는 것을 막는 한편 영화산업 인프라를 위해 통합전산망 정착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다.

◇감경조항 삭제로 우려되는 문제점

이런 조항들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7월1일부터 모두 사라진다. 정부에서도 스크린쿼터를 73일로 줄여놓고 감경조항까지 두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티플렉스의 확산으로 해가 갈수록 중소도시에 영화관이 줄어드는 추세에서 중소도시와 대도시의 영화관에 똑같은 조건을 부여하는 것이 합당한지, 성수기에 한국영화를 상영하도록 권장하는 조항이 없어도 괜찮은지, 통합전산망에 가입하도록 더이상 권유할 필요가 없는지 의문이 들 만하다.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73일로 축소한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여서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감경조항 삭제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영화인회의의 유창서 사무국장은 "중소도시나 통합전산망 가입에 대한 혜택이 없어지면 시·군 지역주민의 문화 향수권이 위협받고 영화산업 인프라를 위한 통합전산망 완비도 늦어질 것"이라면서 "이런 세심한 고려도 없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스크린쿼터를 축소한 결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의 김태훈 영상산업진흥과장은 "성수기에 한국영화 간판이 내걸리는 사례가 더 많아졌고 중소도시에는 대도시보다 한국영화 선호도가 높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전산망 구축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져 가입률이 서울 99%, 전국 80%에 이른다"면서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영화진흥법 개정안에는 통합전산망 가입시 영화 상영 신고 의무를 면제하는 조항이 있어 다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경조항 삭제에 따른 보완책 마련해야

문화관광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중소도시 영화관 감소 대책과 통합전산망 가입 유인책, 한국영화의 성수기 배급력 유지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감경조항을 없애는 대신 대도시나 통합전산망 미가입 영화관, 성수기에 한국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영화관에 대해 스크린쿼터를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미국이 수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여서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4천억원 규모의 한국영화발전기금 조성과 예술영화전용관 100개 건립 등 문화관광부가 1월27일 발표한 영화계 지원대책에도 감경조항 삭제에 따른 보완책은 들어 있지 않다.

문화관광부는 영화계 지원대책에 대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영화계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전제로 한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현재로서는 한국영화가 경쟁력이 있어 큰 문제가 안된다 해도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감경조항 삭제가 가져올 부작용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면서 "영화계도 스크린쿼터 유지라는 대의를 위해 싸우더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스크린쿼터 축소 보완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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