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덫, 카테콜라민

입력 2006-03-07 11:01:27

사람들은 가끔 "허파가 뒤집힌다"고 한다. 한문 식으로는 "환장하겠다" 정도 될 성싶은 표현이다. 사전을 보니 '환장'은 '환심장'의 준말이고, 한자로는 '換心腸'이라 쓴다고 했다. 심장을 바꿀 판이라니 상황의 심각성은 짐작할 만하다.

쪊낮은 생산비 등을 노려 후진국들로 옮겨 갔던 국내 기업들이 곤욕을 당하고 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베트남에 진출한 전자업체는 한국산 부품 수입 때의 높은 관세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고 했다. 폴란드는 수출할 경우 22%의 부가세를 되돌려 주겠다며 한국 업체를 유치해 놓고는 이제 와 환급을 자꾸 미루기만 한다고 했다. 좋다고 외국으로 나갔다가 수입 관세나 수출 환급 등의 덫에 걸린 꼴이다. 많은 투자를 한 해당 기업들로서는 소위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고나 할까.

쪊중국으로 몰려갔던 우리 기업들은 더 심각한 상황에 있는 듯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투자 초기에 중국 정부는 부지 선정과 직원 모집을 거드는 것은 물론 세금까지 면제해 주며 상전 대접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 입장이 돼 버렸다. 여태 유야무야하던 온갖 사회보험료를 요구하는가 하면 장애인 의무 고용을 갑자기 강요하고, 최저임금을 일 년 사이에 20∼30%나 올려 버린다. 그 결과 인건비 부담이 일 년 사이 45%나 급등한 지역도 있다. 최근엔 "민족 기업이 위기에 처했다"며 외국 기업의 세무 조사를 대폭 강화, 총 매출의 1%를 추가 납부토록 요구하기도 한다. 유치 초기에 약속했던 '토지증'(소유권)을 안 줘 진출 기업들이 위태로워진 경우도 있다.

쪊북한 개성공단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단 가동 일 년이 채 안됐지만 북한은 작년 말 이미 '직책수당 추가'라는 방식으로 임금을 인상한 데 이어, 최근엔 '최저임금 4% 인상'에다 '직능별 임금 조정'을 통한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외에도 있어, 업계는 "북쪽 요구에 질질 끌려 다니는 양상" "이미 돈을 넣어 묶였다는 죄로 약자가 된 상황"이라 자탄했다고 한다.

쪊"질질 끌려가야" 하는 일은 해당 기업인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스트레스 호르몬인 '카테콜라민'은 꾸준히 증가만 할 뿐 줄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젠 외국 진출 기업주들의 건강마저 염려해야 할 상황인 듯해 안타깝다.

박종봉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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