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상대에게서 좋은 것을 찾아 배우는 벤치마킹(benchmarking). 대구가 다른 시·도나 선진국으로부터 문물을 벤치마킹하는 줄로만 알고 있으나 대구를 벤치마킹 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구한말 대구에서 태동한 국채보상운동이 IMF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의 모태가 된 것처럼 대구에서 발원된 운동, 기술, 시설 등이 현재 다른 지자체나 외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신천 정비사업, 대구수목원, 담장허물기, 나무심기, 공동상표 운용 방식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민간 영역인 놀이시설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의 청계천 복원은 사실 대구 신천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대구시는 1994년~1997년까지 무태교 옆 신천하수처리장에 펌프를 설치, 인접한 금호강에서 끌어온 물 등 하루 5만t의 물을 9.1km 송수관로를 따라 상류인 상동교 지점까지 공급, 신천에 맑은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이를 안 이명박 서울시장과 공무원들이 대구를 몇 차례 다녀간 끝에 이 기술을 청계천에 적용했다. 청계천 역시 하류의 펌프장에서 한강물을 끌어와 송수관로를 통해 상류로 밀어올리는 방식으로 복원에 성공했다.
대전은 대구의 신천 둔치공원 조성실태를 벤치마킹해 하천 둔치를 건설하고 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중앙로 실개천 사업도 서울 청계천 따라하기가 아닌 대구 신천에서 발원된 대구만의 노하우를 채택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제안한 경부대운하 건설 구상도 1994년 조해녕 대구시장이 제안했던 한강의 물을 도수로를 통해 낙동강으로 끌어오는 '낙동강 프로젝트'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복원이 잘 된 우수사례로 꼽히는 달서구 대구수목원도 중국, 스리랑카 및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 전국에서 처음으로 1986년부터 5년간 발생한 생활쓰레기 410만 t을 매립한 자리에 2002년 5월 도시형 수목원을 조성,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이를 배우려는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길거리에 큰 나무를 심어 도심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것도 서울시 등에서 배워갔다.
대구시 공동브랜드인 쉬메릭도 전국 각 지자체들이 '가장 잘된 공동 브랜드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해 서울 동대문구 관계자들이 대구를 방문, 벤치마킹을 했고 서울시 관계자들도 6차례나 대구를 방문, 쉬메릭을 배워갔다.
담장허물기 운동은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전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행정기관은 물론 다른 지역의 시민단체 등이 벤치마킹을 해갔고, 중국 선양 등 외국에서도 이 운동을 배워 가 실천하고 있다.
1996년 민과 관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거버넌스 형태로 대구에서 처음 시작된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도 서울, 광주 등으로 퍼져나가 각 도시마다 사랑운동시민회의가 결성됐으며, 참여정부 들어 중점 추진되고 있는 민간의 정책참여 모델이 됐다. 654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여름철 기온을 떨어뜨리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 도심 공원 조성사업도 부산, 울산, 광주 등 다른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민간영역도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지난 달 중순 달성군 가창면 스파밸리에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경제인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스파밸리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온천, 물놀이시설, 식당 등을 꼼꼼히 둘러보고, 운영방법도 살폈다. 이들의 방문을 주선한 지역 한 경제인은 "카자흐스탄이 유전개발을 통해 부를 축적하면서 투자 붐이 일고 있다"며 "이들이 카자흐스탄에 놀이시설을 짓기 위해 벤치마킹 차원에서 이곳을 방문했다"고 귀띔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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