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히는 숲 대구 앞산-시민들의 생각은?

입력 2006-03-06 09:41:56

대구 시민들은 앞산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2, 3일 앞산 달비골에서 정상을 거쳐 큰골로 내려오면서 만난 등산객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규일씨(42.대구시 서구 이현동)

성서 와룡산 암수약수터를 아는가. 물 구멍이 2개라서 '암수'라고 지은 것 같은데 예전에는 약수물이 잘 나왔다. 그런데 절이 들어서면서 물이 점점 탁해지더니 이젠 나오지도 않는다.

앞산이 와룡산처럼 변해버리는 것 같다. 평소에는 약수가 조금씩 흐르다가 비가 오면 많이 나온다. 약수가 아니라 빗물이다. 등산객이 많아지면서 샛길을 만들고 마구 휘젓고 다녀 오염이 시작됐다. 한달에 두세번쯤 오는데 등산로가 얼마나 많이 생겼는지 매번 오던 길을 잘못 들기도 한다.

#구자원(41.북구 노원동.군성산악회)

우리 산악회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앞산에 오른다. 안일사~무당골~앞산정상~마천각~안일사 코스를 이용하는데 어떤 길로 올라가도 다 정상이 나온다. 등산로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산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다. 인터넷을 뒤져도 등반코스만 나와있지 어떤 동·식물들이 사는지 정보가 전혀 없다. 앞산 안내도에도 골짜기 이름만 나와 있고 체육시설 몇 개, 사찰이 몇 개 하는 식이다.

#허노결(65.달서구 상인동)

좁은 산에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산이 겁을 먹었다. 산새, 다람쥐 등 작은 동물들과 큰 야생동물이 어울려 살고 풀과 꽃, 나물, 나무들이 곳곳에 펼쳐져 조화를 이뤄야하는데 사람만 넘쳐난다. 약수터에서 물 받아가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약수물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앞산의 소중함을 모른다. 거기다 이제는 앞산 밑에 구멍을 뚫는다고 하는데 앞산터널은 반대다. 사람 편하자고 자연을 망쳐서는 안된다. 후세를 위해서도 그렇게 길을 만들면 안된다.

#최한철(64.달서구 도원동)

대구 사람들에게 앞산은 그야말로 축복이다. 전국명산을 다 다녀봤어도 앞산만한 산이 없다. 샘물이 졸졸졸 흐르고 녹음이 지고 산새가 우는 앞산이 도심 속에 솟아있지 않는가. 맷돼지도 어딘가 살고 있다. 고라니는 직접 봤다.

문제는 터널을 뚫고, 건물을 지으면서 산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자연은 한번 망가지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산 속에 시멘트길을 만들어 놓아 나이든 등산객들이 그 길 피해다닌다며 샛길을 만들고 있다.

#오금옥(53.여.상인동)

5년 전부터 앞산에 올랐다. 달비골에서 약수물을 마신 후 원기사를 거쳐 정상으로 향한다. 건강이 좋아졌다. 13kg나 빠졌다. 이제는 매일 다닐 정도다. 주 5일제 때문인지 앞산에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가족 등산객이 적었는데 주말이면 가족들로 가득 찬다.

하지만 시민 의식이 문제다. 샛길을 자꾸 만들고 입산금지 표지판을 붙여놔도 굳이 그 길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산소에는 주인이 나무로 막아놔도 사람들이 그걸 치우고 들어갔다. 주말엔 팔공산에 가지만 이렇게 훼손되지 않았다. 우리가 아껴야 한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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