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정국 대파란…성추행서 총리 사의로

입력 2006-03-06 08:03:32

3월정국이 초입부터 대파란의 연속이다.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정국을 뜨겁게 달구는가싶더니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이 그 자리를 대체했고, 이 총리가 결국 사의를 표명하는 국면으로까지 발전하면서 정국의 시계는 '혼미' 그 자체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온 '실세총리'의 사의 표명은여권내부의 권력지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노 대통령의 선택이 최대 관심이다. 노 대통령은 4일 저녁 이 총리로부터거취문제와 관련된 전화를 받고 "순방 다녀온 후에 보자"며 사의수용 여부 결정을오는 14일 귀국이후로 미뤘다. 적극적 만류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이다.

여권내에서는 이를 사실상 '사의 수용'으로 받아들이는 해석이 강하다. 당의 한핵심당직자는 "갈수록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도 선택의 여지가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기간 행정공백을 우려해 즉각 사퇴 보다는 순방이후 사퇴쪽으로 수습의 방향을 정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후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여론의 냉각기를 거친 뒤 순방이후 노 대통령이 별도의 입장표명을 통해 상황을 마무리지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이 같은 상황을 상정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처음 제기됐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총리를 우회적으로 겨냥해 '자숙'을 거론했고, 이후 당내에서 총리 사퇴설이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 의장은 청와대나 총리측과의 사전 입장 조율 여부에 대해 "당의 입장이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해 '당 역할설'을 부인하지 않은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성추행 사건직후 곧바로 초강경 징계 조치를 취하면서 여론 수습을 해 나가고 있는데 여당이 발뺌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면 민심이용서하겠느냐"며 "오히려 이 총리에 대한 조기 '읍참마속'의 형태가 당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5.31 지방선거'가 석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성추행'과 '골프파문'이라는양대 빅이슈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정국 주도권 잡기 경쟁 역시 치열하게 전개될전망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이 총리의 사퇴를 계기로 '골프 파문'이 일단락되면서, 오히려 결단력 있는 여권의 모습이 부각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듯 하다.

여기에 '성추행' 사건의 불씨를 최대한 살려 나가면서, 이달 중순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장관의 영입문제를 마무리 짓고, 정 의장과 고 건(高 建) 전 총리간 회동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켜 나가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총리의 '대통령 순방이후 거취 결단'을 꼬투리 삼아 즉각사퇴 또는 해임건의안 제출로 공세 강도를 높여나가겠다는 전략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성추행 파문으로 곤경에 처한 정국을 반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연희 의원의 의원직 사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6일째 행방이 묘연한 최 의원의 사퇴가 늦어질 수록 대여공세의 약발도 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한나라당 내에서는 최 의원이 하루빨리 사퇴 문제를 일단락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번 선거는 누가 실수를 적게 하느냐다. 그리고 실수를 했다면 누가 빨리 수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국주도권 확보를 위해 여야 정치권이 '도마뱀 꼬리 자르기' 양상의 정치게임에 몰입하고있는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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