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거운 졸업식장

입력 2006-03-06 08:31:21

이제 각급 학교의 졸업식이 모두 끝이 났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졸업식 풍속도 너무나 많이 변했다. 필자가 초등학교 입학 때는 해방이 되고 한꺼번에 몰린 학생들로 나이 차이가 뒤죽박죽이 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한 반에서 공부하는 꼴이 되었고 더러는 장가를 든 학생도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식장은 대부분 눈물바다를 이뤘다. 그때만 해도 10% 정도만 상급학교에 진학을 하고 나머지 학생은 생업에 종사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졸업식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여기 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재학생 대표의 송사와 졸업생 대표의 답사가 이어지면 졸업식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이것을 보고있는 선생님이나 학부형도 눈시울을 적셔야 했다.

중학생은 졸업식이 끝나면 부모님을 따라 맛있는 짜장면을 먹어 볼 수 있는 것이 필수 코스였고, 고등학교 졸업식 때는 중국집에서 술을 마음껏 마셔도 크게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다. 교복과

모자를 찢고 밀가루 범벅 사태가 벌어진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정작 축하를 받고 축하를 해야할 대학졸업식은 싱겁기 짝이 없다. 졸업 가운을 빌려 사진 몇장 찍고 앨범 찾아 돌아서면 4년 동안 형설의 공은 막을 내렸다.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한 교육비 평균 2억2천만원을 무색케 했다.

오늘날 대학졸업식장은 무겁기만 하다. 졸업생 대부분이 진로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피처로 대학원에도 진학을 했지만 원하는 직장을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일부는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갈 곳은 멀기만 하다.

웬만한 직장이면 경쟁률 100대 1이 넘고 입사원서를 낸 곳이 50곳, 100곳이 넘지만 기다리는 직장은 없다. 평균 취업률 학사 35.17%, 석사 36.77%, 박사 35.5%. 이것이 세계 제일의 교육열과 대학 진학율을 자랑하는 이 나라의 현주소다.

일자리를 포기하고 PC방에서 소일하는 니트(neet)족이 80만이나 된다고 한다. 한창 일할 나이의 청년실업이 40만명이고,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 근로자가 40만명이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직장을 못구해 야단이고, 한쪽에서는 사람을 못구해 야단이다.

모두들 높은 곳만 보고 다닌다. 여려운 환경 속에서도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왜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받아야 하는가. 모두가 사장이 되려고 하면 일은 누가 하는가. 선진국에서는 각광을 받고있는 실업고 명칭이 우리나라는 102년만에 영원히 사라졌다고 한다.

직장이 없으니 장가를 갈 수 없고, 눈높은 처녀는 늙어만 간다. 이것이 세계 제일의 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이다. 외국 처녀 수입은 자꾸만 늘어나고, 코시안들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어 교문을 나서는 졸업생만큼이나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이다.

송일호(전 대구소설가협회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