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시바여신처럼 혹은 동인지 폐허처럼 중의적이며 둘인 하나이다. 상처 속에는 두 개의 극이 함께 하며 진화한다. 상처는 생성을 담보하는 소멸이다.
살아내는 것 자체가 어렵기 그지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모두 나름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저마다 내 상처만 아파할 뿐, 다른 이의 상처엔 전혀 아파하지 않는다. 다른 이의 상처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다툼이 일상적이다. 나는 이렇게 아픈데 너는 왜 관심조차 없느냐고, 내 상처를 어떻게 할거냐고. 양극화 문제가 그렇고 비정규직 문제가 그렇다.
매운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가 독한 시어머니가 된다고들 한다. 매운 시집살이를 한 그 며느리처럼, 우리는 대체로 내가 입었던 상처를 내 자식에게, 내 아랫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세상이 그러하니까, 이제껏 그래왔다고 변명하면서, 배운 것을 배운 대로만 답습하고 있다. 내가 아팠던 것은 내 자식도, 아랫사람도 아프다. 그래서 상처는 아물지 않고, 더구나 새 살은 기대하기 조차 어렵다. 앞서 상처 입은 이들은 뒤따르는 이들이 같은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상처는 무기가 아니다. 물론 상처를 만든 가해자의 반성이 있어야 하겠지만, 상처는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다. 다만 상처는, 새살이 돋아 새 꿈을 꾸게 하는 터전이 되어야 한다. 물론 상처는 치유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처의 치유는 새 살이 돋는 것이다. 치유를 빌미로 또 다른 상처를 만들 수는 없다. 치유의 다른 이름은 화해다. 인류의 상처를 어루만진 이들이 말한 것들은 모두 용서와 화해였음을 기억해야한다. 상처를 통해 우리는, 뼈를 접합시키고 새살로 돋아나며 진화해야 한다.
봄이다. 새살로 돋아나는 희망이 새싹들만큼이나 많아졌으면 좋겠다.
'창과 문은, 벽에 뚫린 상처다. 길은, 대지에 새겨진 상처다. 우리는 상처를 통해 볼 수 있으며, 상처를 통해 나갈 수 있고, 상처를 통해 움직일 수도 있다.'-조하형
상처를 통해 나아갈 수 있을 만큼 우리가 현명해 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백운하 (주)크레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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