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사이즈 아동의류 젊은 여성들이 '점령'

입력 2006-03-04 09:13:18

"비싼 어른 옷을 굳이 살 필요가 없죠. 아동복이라도 사이즈가 맞고 디자인만 예쁘면 되잖아요."

주부 최은지(35·대구 남구 봉덕동) 씨는 백화점이나 아울렛 의류매장에 가면 성인복이 아닌 아동복 매장을 찾는다. 키 160㎝에 체구도 자그마하기 때문에 아동복 매장에서도 충분히 체격에 맞는 옷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성인복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

어린이옷을 사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아동복 브랜드 선호도가 뚜렷하다. 이런 추세 때문에 백화점 의류매장에도 기존 브랜드에 '키즈' 또는 '칠드런'을 붙인 아동복 코너가 늘고 있다. 대구백화점의 경우 최근 아동복 매장에 리바이스 키즈, 게스 키즈, 빈폴 키즈, 폴로 키즈, 타미힐피거 칠드런 등이 잇따라 입점했다. 한때 성인들이 아동 취향의 옷을 선호하는 것을 두고 '키덜트'라고 불렀지만 최근 불고 있는 아동복 선호 현상은 키덜트와는 다소 다르다는 것이 의류매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먼저 디자인에서 아동복과 성인복의 경계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기본적인 라운드 티셔츠를 비롯해 바지, 스커트 등은 디자인면에서 성인복 브랜드와 차이가 없다. 심지어 성인복 브랜드에서 인기있는 아이템을 그대로 아동복 브랜드에 적용하는 등 캐주얼 의류의 경우 굳이 성인복과 아동복을 구분하기 힘들다. 대구백화점 본점 게스 키즈 이윤정 매니저는 "올 봄 신상품인 기본 티셔츠의 경우 전체 판매량 중 60% 이상이 큰 사이즈인 75, 80, 85 제품"이라며 "주 타깃은 13~15세 중학생이지만 실제 구매는 20대 초·중반에서 많이 이뤄진다"고 했다.

아울러 여성의 경우 10대 중반 이후 체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것도 아동복 선호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초·중학생의 경우 발육 상태가 좋아 체격이 갈수록 커지고, 성인들은 다이어트 열풍으로 마른 체형이 늘고 있다는 것. 실제 키즈 브랜드의 경우 키 165㎝ 정도의 큰 사이즈 제품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가격도 큰 장점이다. 비슷한 디자인의 아동복 브랜드는 성인 브랜드에 비해 20~30%가량 가격이 저렴하다. 티셔츠와 스커트, 카디건, 코트까지 함께 구매할 경우 성인복 브랜드에 비해 최고 20만 원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의류 매장 측 설명. 대구백화점 본점 아동의류담당 김우섭 대리는 "아동복 매장을 찾는 젊은 여성고객 10명 중 7명꼴로 직접 옷을 입기 위해 방문한다"며 "디자인이 갈수록 성인화하고, 브랜드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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