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도 核 보유국' 공식 인정

입력 2006-03-03 11:04:51

인도와 미국이 2일 양국간 핵협력 협정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이날 뉴델리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통합형인 인도 핵시설을 군사용과 민수용으로 분리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핵연료와 기술을 공급받는 양국간 핵협력 협정을 최종 타결지었다.

이에 따라 인도에 대해 수십년간 유지돼온 국제사회의 핵동결이 풀리게 됐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늘 원자력에 관한 양국간의 역사적 협약을 마무리했다"면서 "미국 대통령이나 인도 총리 입장에서 이런목표를 성취하기가 쉽지 않아다"고 밝혔다.

싱 총리도 "민간 핵협력에 관한 양국의 협정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며 "나는부시 대통령에게 우리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을 민간 핵시설의 리스트작성을 마쳤다는 사실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인도-미국 핵협력 협정의 합의는 두 나라가본격적인 '동맹'의 틀을 구축했다는 의미가 있다.

냉전체제 종식 후 상대방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협력을 확대해 오면서도 지난 1998년의 인도의 핵실험 등으로 부침을 거듭해 온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데 핵 협력보다 더 확실한 전략적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미가입국인 인도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기존의 핵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으로서는 향후의 다극화 시대에 군사강국으로 중국에 대한 균형추의 잠재력을 갖고 있고, 정보기술(IT) 을 기반으로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거대시장인도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지난 1일 미 PBS 방송의 '찰리 로즈 쇼'에 출연해 "핵협력이 양국 관계의 중심"이라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핵협력이 양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centerpiece)'이냐"는 로즈의질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면서 "미국과의 핵협력이 성사되면 (인도의) 경제성장과 더욱 폭넓은 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판까지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양국간 핵협력이 극적인 합의를 본 것은 양국모두 이때를 놓치면 추후의 협상이 어렵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핵협정은 인도에만 특혜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미국 내에서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경제성장에 불을 지피기 위해 에너지 소비에서 3%에 불과한 원자력의 비중을 높이는게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는 인도의 '조바심'도 합의를 앞당겼다.

두 나라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핵과 우주, 첨단기술 등 모든 영역에서 협력을확대하고 대 테러전 등에서도 공조를 취해나갈 전망이다.

롭 포트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일 "양국의 교역액이 3년 내에 배로 늘어나면서 5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처음에는 목표를 5년으로 잡았지만 지금은3년"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대 테러전과 관련, 인도는 9.11 이후 일관되게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이 '인도 끌어안기'에 들인 공은 적지 않다. 우선 미국은 2004년 인도와 민수용 핵과 우주개발, 첨단기술 이전 및 미사일방어 분야를 아우르는 '전략적 협력관계 구상(NSSP)' 1단계 협상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3월에는 인도가 21세기에 주요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는 구상을 발표했고 만모한 싱 총리의 방미 직전인 6월에는 10년간 유효한 방위조약도 체결했다.

이에 인도는 지난해 9월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길을열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결의안을 찬성,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인도가 최근 천연가스 수입을 위해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TAP 프로젝트)을 잇는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에 동참하기로 한 것도 이란에 대한 제재를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과의 공조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냉전 시대에 반대편에 서 있었던 인도와 미국의 관계가 이처럼 최근 급속도로호전되는 이면에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과도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인도와 중국이 지난해 4월 50여년에 걸친 반목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키로 합의하긴 했지만 인도 입장에서 중국은 아무래도 벅찬 상대라는 인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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