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심사 작업 시작도 안했는데…한나라 '자중지란'

입력 2006-03-03 11:27:13

5·31 지방선거 한나라당 공천심사 작업이 본격 시작도 하기 전에 말썽이 잇따르고 있다. 당소속 대구 국회의원들이 공천내정 및 탈락자를 선정해 이를 흘리는 바람에 분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북 국회의원들도 곳곳에서 공천작업에 개입하고 있어 지나치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1.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시·군·구에 공천심사위 성격의 위원회를 꾸려 사전심사를 벌이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 당헌·당규에도 없는 기구다.

5.31 지방선거 한나라당 후보 공천의 경우 광역단체장은 중앙당에서,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은 시·도당 공천심사위에서 심사토록 돼 있다. 하지만 경북의 상당수 시·군에서는 당헌·당규에도 없는 공천심사위 성격의 인사위원회, 인사추천위원회 등이 마구잡이로 조직돼 출마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검열'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산시에서는 33명으로 구성된 인사추천위원회가 급조돼 기초의원 출마희망자들을 상대로 '심사'를 벌이고 있다. 이 위원회는 광역의원과 기초단체장 후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 해당 국회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전직 단체장 등이 이러한 위원회에 위원으로 들어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누가 누구를 심사하느냐는 자격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경산 인사추천위원회에는 지난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수억 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했다가 구속된 전직 단체장이 위원으로 위촉돼 출마희망자들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지역 한 출마희망자는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까지 된 비리인사가 어떻게 공천심사를 할 수 있나? 또 그 결과를 어느 누가 수용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경북 북부의 몇몇 기초단체에서도 특정 출마희망자와 친분이 있거나 전과가 있는 인사, 지역구 국회의원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인사 등이 공천심사 성격의 위원회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3. 국회의원의 '개인 감정'이 공천 잣대로 둔갑하고, 경선시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 모집 과정에서 특정 출마희망자 지지자들의 책임당원 가입이 배제되고 있다. 경선을 가장한 불공정 게임이 예고되는 것이다.

경북의 한 기초단체장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한나라당 책임당원에 가입하기 위해 당원협의회를 방문했으나 모집기한이 끝났다며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전했다.

이 단체장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관계가 좋지 않은 점이 책임당원 가입에 영향을 줬다. 경선시 특정후보에게 몰표를 주기 위해 사전 작업을 벌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경산·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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