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규 "나는 운과 요행으로 성공한 배우"

입력 2006-03-03 08:26:52

"이 자리까지 오는 데 실력과 노력도 있었겠지만 제 성공에는 운과 요행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봉태규가 배우로서의 자신의 성공을 시쳇말로 '운빨'과 '요행'에 비유했다. 코미디 영화 '방과 후 옥상'(감독 이석훈, 제작 씨네온 엔터테인먼트)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말이니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봉태규는 2일 오후 종로 서울극장 인근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위의 남자배우들을 보면 '나는 참 행운아'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면서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태규가 출연한 '방과 후 옥상'은 '왕따' 고등학생 남궁달(봉태규)의 왕따 탈출기라 할 수 있다. 봉태규가 맡은 남궁달은 운이 지지리도 없는 희대의 불운아. 영화는 왕따를 당해 학교를 밥 먹듯이 옮겨다니는 남궁달이 공문고등학교로 전학을 온 뒤 일명 공문고 '짱' 강재구(하석진)에게 찍히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간담회에는 이석훈 감독, 남궁달의 친구 마연성 역의 김태현, 공문고 '퀸카' 최미나 역의 정구연, 강재구 역의 하석진 등이 참석했다. 영화는 16일 개봉한다.

다음은 감독, 출연진과의 일문일답.

--영화 속 고등학교가 약육강식의 세계로 그려진다. 현재 고등학생들의 사회를 충실히 반영했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졸업한 고등학교는 영화 속 분위기와 비슷했다. 제 또래 30대들 에게는 공감이 가지 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영화 속에서 남궁달의 행동은 실질적인 조사 결과 등을 참고했다.(이석훈 감독)

--학창시절 싸움을 잘했나.

▲싸움을 안 했다. 맞는 것도, 때리는 것도 모두 싫어했다. 남을 때리면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영화에서 싸움 장면이 많은데 그럴듯하게 나온 것은 편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봉태규. 이하 봉)

--극중 캐릭터에서 특별히 연민을 느끼는 캐릭터가 있나.

▲학창 시절 은근히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 그런 경우를 일명 '은따'라고 불리는데 극중에도 그런 인물들이 있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정구연)

▲수업시간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욕을 했는데 선생님한테 욕을 한 것으로 오해를 받아 죽도록 맞은 적이 있다.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가 떠오르더라.(김태현)

--'방과 후 옥상'이 단독 주연작이다. 이전 작품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예전에는 저만 잘하면 됐다. 상대 배역이 모두 연기에 능숙한 분들이었기 때문에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 영화를 하는 정구연 씨, 하석진 씨 등 신인들도 포함돼 있었고 첫 단독 주연작이어서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컸다.(봉)

--남궁달의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했나.

▲한국 영화에서 전혀 없었던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너무 순수한 캐릭터여서 싫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남궁달 캐릭터에 대해 많이 토론했다. 남궁달이 순수하면서도 야한 상상을 많이 하는 부분 등은 모두 이후에 만들어진 모습이다.(봉)

--영화에서 고등학생 캐릭터도 포지셔닝(positioning)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런데 불만은 없었나.

▲어떤 분은 저에게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고등학생 이미지를 벗었는데 왜 또 고등학생 캐릭터 맡았느냐고 하더라. 예전에는 저의 고등학생 이미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감독님은 왜 저에게 고등학생 역할만 맡길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고민하지 않는다. 고등학생 역할도 봉태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멜로 연기도 액션 연기도 때가 되면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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