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 선거에만 정신 팔렸었나

입력 2006-03-02 12:09:02

오늘 끝나는 2월 임시국회는 산적한 숙제를 거의 손도 못 댔다. 이번 국회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비롯해 사학법 재개정, 기초의원 선거구 재조정, 윤상림 로비 의혹 국정조사, 황우석 사건 국정조사, X파일 특검법 등이 걸려 있어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이 적지 않았다. 특히 고친 사학법의 재개정을 고리로 한나라당이 오랜 장외 투쟁을 접고 극적으로 문을 열었던 터였기에 기대 또한 컸다. 그러나 지난 한 달의 기억은 하나마나한 장관 인사 청문회, 국무총리와 야당 의원의 저열한 말싸움 정도다.

지난달 27일 민노당의 반대 속에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밀어붙인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다음 국회로 넘어갔다. '하늘이 두 쪽 나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던 열린우리당은 꽁무니를 빼며 한나라당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이다. 한나라당도 '본래 여당 법안이다'며 딴청이다. 두 당 모두 노동계와 재계의 반발이 의외로 거세자 코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의 표 계산에 빠져 든 것이다.

대구시의회를 비롯, 전국 여러 광역의회에서 4인 선출 선거구를 2인제로 쪼개 놓은 기초의원 선거구도 재조정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어물쩍 넘겼고, 이번 선거는 2인 선출제 그대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자기들이 우세한 지역에서는 기초의원까지 싹쓸이하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그냥 넘어간 현안들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말장난이다. 그때 가면 여야 할 것 없이 더욱 선거에 정신이 팔리고 각 정파의 당리당략이 더 첨예하게 부딪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회에 기대를 않는 게 속 편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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