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이틀째 "꼬인다"…장기화 우려

입력 2006-03-02 10:39:32

대혼란을 빚고 있는 한국철도공사 노동조합의 파업사태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노사 양측 교섭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을 벗어났으며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고자 복직 등 노사간 쟁점사항은 철도공사 사용자 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로선 사실상 '공을 넘겨받은' 정부가 노조와의 협상보다 '힘'으로 맞설 것이라는 예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연대, '총력투쟁'으로 맞선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어 노정(勞政) 힘겨루기 속에 철도파업 사태가 이른 시일 내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사, 대화는 끝났나

노사 간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해고자 복직이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파업 관련 해고자 67명을 전원복직시키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사용자 측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단 사용자 측은 "해고자 복직 문제는 단체협상에서의 논의사항이 아니다"라며 11명 정도는 복직이 가능하다는 안도 냈지만 노조는 '전원 복직'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핵심쟁점은 KTX 여승무원 문제. 노조 측은 철도공사 소속 정규직으로 만들어 달라는 주장을 계속해왔고 사측은 '공사 소속 정규직은 안 된다'고 맞서왔다.

사측은 이와 관련, "노조가 철도 노사문제보다 정치적 문제에 얽매여 파국을 선언,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결국 철도공사 사용자 측은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다는 입장이며 향후 추가적인 교섭이 없다는 뜻도 분명히했다.

노조 측도 결국 정부의 '뜻'이 향후 판세를 가름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있다. 철도공사가 정부의 강경기조 아래 운신의 폭이 좁아 제대로 된 협상을 하기 힘든 상황이며 앞으로 정부와 '맞상대'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노조 측은 "2일 교섭이 결렬된 데다 사측도 향후 교섭일정이 없다고 하니 정부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대화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나서나

정부는 이미 이번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때문에 정부가 노조와 협상을 통해 타협을 시도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미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2일 아침 전해졌다. 대구경북지역 노조원들이 집결해 있는 경북 영주, 부산 등지의 노조원 농성장에 경찰을 투입해 전원 해산시키겠다는 것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이르면 2일 오후 아니면 3일쯤 경찰이 들어가야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다"고 했다.

철도노조는 경찰의 공권력 투입설이 나오자 2일 오전부터 농성장의 집합을 풀고 이른바 산개투쟁으로 들어갔다. 투쟁 장기화에 돌입한 것이다.

경찰은 이와 관련, 당초 2일이나 3일쯤 단행 예정이던 총경급 지휘부 인사도 잠정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전히 전체의 절반이 넘는 노조원들이 '파업대오'에 서 있는 데다 2일부터 이른바 '산개투쟁'을 통해 또 다른 집결지를 찾아 농성에 들어가면서 '힘이 더 들게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대구지역 노조원들의 경우, 산개투쟁을 통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나 대구·경북지역 대학으로 들어갈까 염려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2003년 등 수 차례 파업 경험이 있어 이른바 산개투쟁에 대한 적응성이 높고 문자메시지로 행동명령을 하달, 산개투쟁의 장기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사관계도 꼬인다

철도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2일 오후 총파업에 들어가도록 전국 소속 노조에 지시했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비정규직 관련법 제정 및 개정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 법안을 '노동자 생존권을 말살하는 악법'으로 규정했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대구 및 경북지역본부 소속 사업장 수십여 곳도 2일 오후 전면파업을 벌였다. 대구의 경우, 금속노조 대구지부 산하 10개 사업장 노조와 한국델파이 노조 등이 파업에 동참했다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이날 오후 2시 30분엔 대구 동인동 국채보상공원에 집결,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2일을 기점으로 연쇄적으로 집회와 파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을 통해 철도노조에 대한 정부 압박을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이런 와중에 정부가 철도노조에 대해 강경입장으로 계속 압박할 경우, 올 춘투에서 노동계의 '투쟁열기'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경철 기자 koala@imaeil.com

사진: 파업 이틀째를 맞은 전국 철도노조는 경찰의 공권력 투입이 임박해지자 2일 오전 10시10분 전 조합원들에게 산개투쟁을 지시, 영주 국민체육센터에서 농성중이던 조합원들이 농성장을 떠나고 있다. 영주'마경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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