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계속된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열차 운행이 크게 줄면서 고속버스터미널은 때 아닌 특수를 맞았다.
이날 오전 7시 동대구 고속버스 터미널에는 열차표를 구입하지 못해 몰려든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대전의 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한다는 최장수(35) 씨는 "오전 일찍부터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바로 뒷차를 타면 지각할 것 같아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노조 파업도 좋지만 시민들의 불편은 생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고속버스 터미널 매점 주인은 "평소 이 시간대 승객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는데 오늘은 벌써 100여 명은 다녀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방면 버스는 오전 6시 첫차부터 잔여좌석 '0'을 기록하고 있었다. 따라서 열차도, 고속버스도 제때 타지 못하는 승객들도 속출했다. 2일 오전 동대구역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이명수(27) 씨는 "열차가 없어 고속버스에 알아 봤더니 이미 표가 매진이었다"며 "1, 2시간은 꼼짝없이 역에 갇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퇴근길에도 혼란은 계속됐다. 대구발 포항행 오후 5시 45분 차의 운행이 중단, 오후 6시 30분차만 다녔고 포항에서 대구로 오는 차편도 오후 4시 40분 열차와 오후 8시 30분 열차가 사라지고 오후 6시 20분 차만 운행되는 등 퇴근열차 취소가 속출했다.
동대구역 관계자는 "전체적으로는 평소 10회에서 3회로 줄어들고 첫차와 막차 모두 운행을 중단했다"며 "미리 열차 시간을 확인하고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철도파업으로 2일 동대구역과 대구역 등 대구·경북지역 역마다 통근 열차를 놓친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로 가득했고, 지각 사태도 줄을 이었다.
이날 오전 6시 30분 동대구역 대합실. 불꺼진 열차시각 전광판 앞에는 기차표를 구입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가슴을 치는 직장인들과 환불 시비로 역무원과 승강이를 벌이는 시민들로 넘쳐났다.
포항까지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이수민(33) 씨는 "새벽 5시 20분 첫차를 이용했지만 철도 파업으로 인해 열차가 없어지면서 6시 30분까지 1시간이나 넘게 기다렸다"며 "또 좌석도 이미 매진돼 어쩔 수 없이 콩나물 시루가 돼버린 통근 열차에 서서 가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원 김종수(37) 씨도 "오전 8시 17분차를 이용하는데 오늘은 운행이 중단됐다는 얘기를 듣고 고속버스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통근 열차까지 파업 여파가 미칠 줄 예상 못해 꼼짝없이 지각을 하게 됐다"고 허탈해 했다.
일반열차, KTX를 이용하는 승객 불편도 이어졌다. 2일 오전 서울방면으로 운행하는 일반열차는 무궁화호 2대와 새마을호 1대가 전부인 데다 이마저도 오전 6시 30분쯤 막차가 떠나버렸고, 5, 6회 수준의 KTX는 이미 하루 전날 모든 예약이 끝나버렸다.
시민 이기옥(58·여) 씨는 "평소에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해 서울로 가는데 이날은 오전 6시 30분이 막차였다"며 "어쩔 수 없이 2만 원이나 비싼 KTX 열차표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같은 시각 대구역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대합실 벤치에는 밤을 지샌 노숙자들만 빼곡히 차있을 뿐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대구역 한 관계자는 "철도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소식에 시민들이 열차타기를 포기했다"며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임종곤(72) 씨는 "경부선 상행선은 새벽 4시 3분 열차와 밤 9시 42분 열차가 전부"라며 "파업을 한다지만 열차가 이처럼 없을지는 몰랐다"고 했다.
그는 "요금이 비싼 KTX는 운행을 하면서 저렴한 무궁화호를 없앤다는 것은 서민들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 : 철도파업 이틀째인 2일 오전 동대구역 예매창구는 승객들의 발길이 끊겨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