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상족암에 갔었는데/한 폭의 파도가 남해의 풍경들을 씻어내리고 있더이다/몽니처럼 삵고 닳아버린 조약돌들이/온 몸으로 해풍을 막고 선, 그 어디쯤/공룡들의 다정한 발자국들/한없이 가지런히 찍혀 있는 것이었다/가족끼리 외출을 떠난 후/잠시 돌아올 생각을 잊어버린 것인 듯/억만년이나 지난 지금/너무도 선명한 공룡들의 족적/그 족적속으로/갈매기들의 분뇨가 수없이 퇴적되고 풍화되었겠지만/해안선은 거침없이 허리를 감고 돌았다/크로마뇽인들이 조개를 잡아먹기 그 이전부터/이 너럭바위가 이미 저희들 것이라고/뚜벅뚜벅 낙인을 찍어놓은 것인데/나도 족적 하나를 음각시켜 놓으려고/수없이 상족암을 헤메고 다녔다
한 때는 이 지구를 지배하던 동물이 바로 공룡이다. 공룡은 중생대 후기에서 쥐라기와 백악기 초에는 저희들이 온전하게 이 지구를 장악하고 살았다는데,그 천하무적이던 공룡도 백악기 말에는 홀연히 멸종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지구를 지배해온 공룡이 왜 멸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공룡의 멸종학설 중에는 천적이 없다고 생각한 공룡들이 스스로 비만과 자만에 빠진 나머지, 신체 각 부위에서 일어나는 긴급상황들을 인지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기 까지는, 하잖은 신생 동물들에 비하여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했음은 물론 그 감각적 기능도 매우 둔했다고 한다. 어느날 어디가 조금 결린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공룡이 자신들의 영토였던 지구에서 멸망을 자초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생명체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생명체는 진화를 거듭하거나 멸종하느냐는 귀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생존의 법칙은 오늘날 기업에도 적용되는 필연적 논리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혁신에 무감각한 기업이나 체감지수가 낮은 기업들은 수없이 도산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준비없이 해고 당한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들을 연출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지난 가을 어느날, 찾아갔던 남해 고성의 상족암.그 곳에서 억만전 이 땅에 군림하다 간 공룡들의 발자욱을 만났던 것인데, 세계는 하나의 문화권, 언어권, 경제권으로 집약되고 있는 것도 모른채, 내가 가진 작은 것에, 우리들 것이라고 우겨보는 작은 기득권에 연연하여, 누가 신성한 우리 삶의 영역을 침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면, 우리들의 아랫목을 불현듯 어느날 이방인들에게 내주고 말아야 한다면, 우리는 무방비 상태로 상대가 누군인지도 모른채 싸워야할 것이다.
도처에 이데올로기들이 범람하고, 도처에서 FTA를 외치고 있다. 기업이 우리사회를 지키는 첨병이 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만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룡의 멸종원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모두가 자신의 질(Personal Quality)향상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김환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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