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왜 하나?' '얼마나 오래할까?'

입력 2006-03-01 10:24:48

조합원 2만5천여 명에 이르는 초대형 노동조합인 한국철도공사 노조가 지난 2002년과 2003년에 이어 또다시 기차를 세웠다.

철도노조의 이번 파업은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린 뒤 결행돼 적지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비정규직법 개악'을 주장하는 민주노총의 '총력 투쟁 불사' 입장과 맞물려 터져나온 이번 사태를 두고 교통대란 장기화와 함께 민주노총 산하 전사업장으로 파업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파업 왜 하나?

철도노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용자 측과 본격적으로 정기 단체교섭을 해왔다. 양 측은 △해고자 복직 △인력충원 △철도상업화 철회 및 공공성 강화 △KTX 여승무원 등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지리한 협상을 거듭해왔다.

노조는 이 가운데 해고자 복직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다. 2002년 이후 대구·경북지역에서 20여명을 비롯, 전국적으로 67명의 철도 노조원 해고자가 발생, 이들을 복직시키라는 것이다.

노조는 또 철도공사 출범 이후 철도상업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하고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노조는 최근 급격한 상업화를 목표로 한 경영진의 조치가 노조원들의 일방적 피해를 담보하고 있다며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를 분명히해왔다.

이밖에 외부 발주 사업의 확대가 결국 열차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외주화 확대를 중단하고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노조는 주장해왔다.

그러나 철도공사 사용자 측은 "해고자 복직과 철도 공공성 강화 등은 노사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노조는 협상장을 박차고 나왔다.

양 측의 파국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이 때부터 입장차가 워낙 커 자율교섭이 어렵다는 판단이 제기된 것.

철도노조는 지난해 12월 파업돌입을 예고했다가 유보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3차례나 중재회부를 고려했다가 이를 보류했다.

◆정부의 맞대응

중앙노동위원회는 파업돌입 몇 시간을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9시 "노사 협상이 최종 결렬돼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어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동위원회가 노조의 파업권을 전격적으로 제한한 것이다. 현행법은 철도 등 공익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 회부를 통해 파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동위원회는 3개월여 동안 제공한 노사 자율 교섭 기회에도 불구, 노사가 협상을 타결시키지 못해 공익을 지키기 위해 파업권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1일 3개 중앙부처 장관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 강경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올들어 수출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경제전반에 다시 빨간불이 켜지는 상황에다 '전투적 노사관계'를 종식시키지 위해서는 '더 이상 밀려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정면 대응하겠다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통한 불법 파업 주동자 사법처리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철도공사도 정부 방침에 따라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제기 등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어떻게 진행될까?

철도노조는 불법파업에 따른 부담을 감수한 채 파업을 강행했다. 공권력에 정면 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결국 '한번 세우기는 어렵지만 일단 세우면 걷잡을 수 없이 밀고 나간다'는 목소리가 철도노조 집행부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파업 장기화가 우려되는 것이다.

더욱이 산업현장의 임단협 시즌인 '춘투(春鬪)'를 앞두고 있는데다 국회가 '비정규직 법안'을 상임위원회에서 지난달 전격 통과시킴으로써 노동계가 정면대응으로 맞설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계가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환경이 조성됐으며 이런 지형도 한가운데 철도 파업이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와 경찰 등은 일단 철도노조 파업이 최소 사흘 정도는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자칫 1주일 이상 지속되는 장기파업으로 갈 가능성도 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철도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28일부터 소속 전 사업장이 참여하는 전면 총파업을 선언, 철도노조 파업이 노정 충돌 국면을 장기화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란 걱정도 크다.

민주노총은 국회가 비정규직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지난달 28일에 이어 2일부터 총파업을 재개할 방침이어서 올 해 춘투가 유례없는 혼란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철도노조의 단체행동을 직권중재로 억압하려는 발상 자체가 정부의 전근대적인 사고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런 사고를 가진 노무현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 합의도출 등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 : 철도노조의 파업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정부대전청사내 한국철도공사 비상수송대책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전국 역사의 상황을 종합하며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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