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시평-산불? 예방이 최선이죠

입력 2006-03-01 09:36:51

우리나라의 봄철은 매우 가물고 건조하며 특히 동해안지역으로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강한 바람까지 동시에 일어 산을 찾는 국민들의 사소한 실수로 산불이 발생하면 온산천을 삼키려는듯한 붉은 화마의 험악한 모습과 새까맣게 타버린 숲을 자주 보게 됩니다.

봄철이 되면 매일같이 산불예방에 대하여 홍보를 하고 때로는 등산로나 산입구에서 강력하게 단속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지각없는 사람들이 산에 올라 아무렇지 않게 담뱃불을 붙이거나 밥을 짓는 모습, 차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던지는 모습, 산 가까운 곳에서 아무런 대비 없이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는 모습들은 우리 산림공직자의 가슴을 덜컹 내려앉게 만듭니다.

최근의 대형산불을 살펴보면 1996년 강원도 고성(3,762㏊ 소실), 2000년 강릉·동해·삼척(23,448㏊ 소실), 2002년 충청도 청양군(2,159㏊ 소실) 등 짝수년도에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국회의원선거가 있는 해에 많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전국적인 자치단체장선거가 있는 올해는 더더욱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산불진화를 경험하거나 현장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산불을 진화하는 데에는 상당한 숙련과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일반화재처럼 특정한 건물이나 도시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넓고 깊은 산속에서 강한 바람이라도 만나면 산불이 얼마만큼 확산될지 어느 방향으로 변화가 될지 예측하기 힘들고, 때로는 공중으로 불똥이 날아다녀 산불이 등뒤에 붙어 사방에서 달려들 때도 있고, 산불을 끄다 산속에서 어두워지면 먹을 물도 식사도 거른채 깜깜한 밤에 빈속으로 날밤을 세우는 일도 허다합니다. 그렇게 밤을 세우고 많은 사람들이 살펴보았지만 한밤중 세찬 바람에 잿더미속의 속불이 살아나 2차 산불이 발생하기도 하여 봄날의 산불은 불을 끄는 우리들의 진과 혼을 완전히 빼버리는 무서운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며칠씩 산불을 끄느라 이능선 저골짜기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면 눈동자와 이빨만 하얗게 드러나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새까맣게 되어버리고, 코를 풀면 휴지에 시커만 잿덩어리만 나오고, 그렇게 목욕탕에 갔다가 쫒겨 나는 등 산불을 진화하면서 참으로 많은 어려움들을 겪으며 이젠 이런 것들이 사라져 주길 매번 염원하는데 야속하게도 아직 그렇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이제 산불도 예방이나 진화에 있어서 발전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조기발견을 위한 무인감시카메라가 주요 산봉우리에 설치되어 있고, 산불의 확산을 막기 위하여 산불에 강한 나무를 능선부위에 심어 방화선 역할을 하도록 하고, 경비행기를 이용한 공중순찰과 취약지역 주민계도 실시, 조기진화를 위한 산불전문 진화헬기의 계속적인 확충, 훈련받고 경험 있는 전문진화대의 창설, 지형과 기상여건에 따른 산불 확산 예측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현장진화지휘체계를 확립하여 전문화 되고 조직적인 산불대응체계가 갖춰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재앙인 산불이지만 우리들의 작은 관심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산에서는 흡연과 취사 등을 위한 화기물을 절대로 취급하지 않기, 담배꽁초 함부로 버리지 않기, 논·밭두렁은 산불위험이 낮은 지정된 날짜에 마을공동으로 태우기 등 어렵지 않은 작은 실천들이 필요합니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입니다.

산불로 한번 훼손된 숲이 정상적인 생태계로 복원되는데에는 한세대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푸른 숲, 신선한 공기, 맑은 물속에서 넉넉한 삶을 이어가는 길에 국민여러분의 작은 관심을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올봄에는 잿더미로 변한 산을 보지 않고 건강하고 푸른 숲만이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그러한 날만 되길 함께 기원합니다.

조건호 (남부지방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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