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안면도 간월암
꽃보다 아름다운 코리아
1주일 전 신문사로부터 안면도 일대 여행을 제안받고 설레는 맘으로 기다렸다. 사진찍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새로운 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기 때문. 장소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안면도와 세계꽃식물원이었다.
◆안면도-간월암, 꽃지해수욕장
아침 일찍 대구 명덕네거리에서 출발, 안면도에 도착한 시간은 10시30분쯤. 먼저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수양했다는 간월암에 갔다. 바닷물이 빠지면 걸어 들어갈 수 있지만 들어차면 섬이 되어버리는 특이한 곳이다.
불교를 믿는 나로서는 이곳이 흥미로웠다. 간월암 옆에서 스님과 40여명의 불자들이 세찬 바닷바람에도 불구,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불심(佛心)에 감동했다.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에선 바람이 너무 강해 걷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함께 갔던 권성훈 기자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모래사장으로 굴러가자 100여m를 전 속력으로 달려가 잡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꽃지 해수욕장 오른편에는 할미바위가 있었는데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1천150여 년 전 신라 흥덕왕 때 이곳 관할 책임자 '승언'이라는 장수가 장보고의 출정명령을 받고 떠나자 그의 아내가 기다리다 '망부석(望夫石)'이 됐다는 사연이다. 할미바위 옆에 할배바위도 우뚝 서 있다. '죽어서 돌아온 것일까?'
할미바위 옆에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굴을 파는 진짜 할머니들도 있었다. 5천 원짜리 굴 한접시를 판매하기 위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아무도 사주지 않자 절망하는 표정이 눈에 선하다.
점심은 안면도에서 우럭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구수하고 맛있었다. 식당 주인 딸이 결혼했다고 잔치음식도 내줬다.
◆충남 아산 '세계 꽃 식물원'
안면도에서 1시간쯤 가니 충남 아산에 위치한 첫만송이 꽃마을 '세계 꽃 식물원'이 나왔다. 이곳도 내겐 특별한 기쁨이었다. 어머니 때문에 꽃,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예전에 봤던 꽃들을 대부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꽃과 식물의 종류도 많았지만 꽃 비빔밥, 천연염색체험장 등에서 가족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정겹게 보였다. 연인들이 아름다운 꽃을 배경으로 다정하게 사진찍는 모습도 부러웠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평소 부자연스럽게 다니다 사진 찍을때만 서로 가까이 붙어 어색한 포즈로 사진찍는 것이 좀 이상하다. 한국인들만 아니라면 아름다운 곳에 오면 손잡고, 키스하는 등 스킨십을 느끼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기 때문.
이 꽃 식물원은 1만6천 평 규모에 동백꽃, 포인세티아, 각종 허브 꽃 등 천만 송이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다. 구경하다 나무 의자에 앉아 꽃향기를 들이마셨다. 너무 향기로웠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카밀리아, 다포딜, 페투니아, 시클라멘, 차이니즈 랜턴 등 다양한 모양과 색상의 꽃들은 마치 꽃천국에 온 듯 했다.
아이들은 조그만 잎이 폭포처럼 떨어지는 것 같은 에메랄드 폴에 머리를 묻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미모사에 손을 대 움찔하기도 했다. 잎이 터널을 이루는 브라질 아브틸론의 붉은 꽃을 따서 입에 넣으니 신 듯 매콤하다. 정말 살아있는 식물원이다.
꽃 비빔밥도 먹고 싶었지만 점심 때 우럭 된장찌개를 너무 많이 먹어서 사진만 찍었다. 식용 꽃들을 한국의 전통음식인 비빔밥 위에 얹어 보기만해도 군침이 돌 정도로 향긋했다.
출발한 지 15시간만인 밤 9시쯤 대구에 도착했다. 바닷바람에 고생한 것만 제외하면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다. 외국인에게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관광의 기회가 보다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이달(34.연세대학원 한국학과 전공)
사진 : 시이달 씨가 충남 아산 세계 꽃 식물원에서 환한 웃음을 짓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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