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네 맛있어"…혀끝에 감도는 남도 음식들

입력 2006-03-01 08:19:12

남도 여행. 맛깔스런 음식기행을 빼놓을 수 없다. 아니다. 오히려 '맛있는' 일탈을 위해 남도를 찾고 음식점 부근의 여행지를 찾는 이도 허다하다. 조용한 항구나 시장구석마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없는 '맛의 명가'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봄이다. 어디론가 떠나기로 작정했다면 혀끝에 착착 감기는 남도 맛기행을 권한다.

◆벌교 '외서댁 꼬막나라'

전남 보성군 벌교읍은 전국 최대의 꼬막 생산지다.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보성천 하구와 여자만 개펄에서 연간 2천t의 꼬막이 난다. 전국 생산량의 65%다.

벌교읍에 들어서면 소화다리 바로 앞의 '외서댁 꼬막나라'(061-858-3330) 등 50여곳의 식당에서 꼬막을 내놓는다. 외서댁 꼬막나라의 꼬막정식은 1인분에 1만원. 자리에 앉으면 방금 삶은 통꼬막이 한접시 가득 나온다. 꼬막의 맛에 입이 길들여질 때쯤 꼬막전이 이어지고 꼬막회무침, 양념장을 얹은 양념꼬막에 이어 시원한 된장꼬막탕이 입맛을 돋운다. 밥은 꼬막회무침과 비벼먹으면 별미다.

▷인근 명소=배가 든든해졌다면 소설 '태백산맥' 무대를 빼놓을 수 없다. 소설 속의 장소들이 소설과 똑같은 위치에 있다. 외서댁 꼬막나라 식당 앞을 나서면 좌.우익의 사형집행장이 돼 밀물 때면 밀려온 바닷물이 온통 피바다였다는 아픈 사연을 간직한 '소화다리(부용교)'가 있다. 좌익들이 지주들한테서 뺏은 쌀가마를 나눠주던 '횡갯다리'(홍교.보물 제304호)도 볼거리. 소화다리에서 오른쪽으로 300m만 가면 나온다.

◆장흥 '신녹원관'

장흥군의회 바로 앞의 신녹원관(061-863-6622)은 한정식전문집이다. 일단 푸짐한 상차림에 놀란다. 밥상엔 삼합에 영광 법성포산 굴비 구이, 여수산 굴, 목포산 낙지, 키조개, 해파리, 쭈꾸미, 해삼, 소라, 야채전, 석화, 새우, 문어, 조개살, 장어, 돼지불고기 등 밑반찬만 45가지가 나온다. 상위에 다 놓지를 못해 포개놓을 정도."반찬 중에서 표고한우육회와 한우뭉티기가 별미입니다. 날마다 소를 잡지요." 16년째 이같은 상을 차리는 주인 최순임(53)씨는 마지막으로 나오는 조기탕도 먹어볼 것을 권한다. 4인상 기준 8만원이고 전복과 산낙지가 빠지면 6만원. 푸짐해 엉덩이가 무거워야 남도 한정식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인근 명소=장흥은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국토의 정남쪽에 자리 잡고 있어 정남진(正男津)이라고 불린다. 가을 천관산의 억새가 정남진의 유명세를 돋보이게 한다. 최근 이산에 생긴 문학공원도 볼거리. 소설가 송기숙, 이승우, 이청준, 한승원씨 등이 장흥에서 태어났다. 문학공원 진입로에 있는 돌탑 800여기가 인상적이다. 1996년 임권택 감독이 이청준의 소설 '축제'를 영화화하면서 알려진 남포마을도 좋다.

◆나주곰탕 '하얀집'

나주를 방문해 곰탕을 먹지 못했다면 나주의 반쪽만 본 것이다. 나주곰탕은 그만큼 특별나다. 맑은 국물로 느끼하지않고 깔끔한 맛이 특징. 몇해전 나주군청이 있던 곳의 바로 앞에 있는 하얀집(061-333-4292)은 4대째 곰탕만 끓여내고 있다.

한우의 양지, 사태, 등심 부위만 골라 이른 새벽부터 끓인 국물의 곰탕(6천원)과 수육(대 3만, 소 2만원)이 주 메뉴다. 크게 썰어내 한입 가득 씹는 맛이 수육의 맛을 더한다. 새벽3시부터 10시간 정도 고은 뒤 다시 끓이는 과정에서 기름거품을 걷어내 맑게 만든다. 뜨거운 곰탕 국물에 수육 몇점을 더 넣어 먹는 국밥이 색다르다. 아침 해장용으로 딱이다.

▷인근 명소=박경중 가옥이 숨은 명소. 19세기말의 우리 민가 형태가 가장 잘 보존되고 있는 전통가옥이다. 7칸반으로 규모가 크다. 장흥군 안양면 청매원은 4만평으로 개인 농장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매실농장이다. 5천여주의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여는 때면 일대가 환할 정도. 나주로 향하다보면 국도변 일대가 온통 배밭이다. 그 중에서도 금천과 영암으로 넘어가는 세지 주변에 배밭이 몰려 있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사진 : (위)장흥한정식. (가운데)꼬막정식. (아래)나주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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