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기자의 니하오!중국-(10)겁없는 한국재벌 2세

입력 2006-02-28 11:37:38

한국 '귀공자' 소비행태 언론 대서특필

얼마 전 한국의 한 '신비스런' 귀공자가 중국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장금의 이영애도, 중국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비'도 아닌 한국의 귀공자가 무엇 때문에 중국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등 중국인들 관심을 끌었을까?

지난해 11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린 '제7차 쓰촨 추계자동차 전시회'(四川秋季家用車展)에서 한국의 모 대기업집단의 고위층 자제가 '모터쇼' 개막 10분 만에 세계적인 명차의 하나인 2005년형 '페라리 F430'을 구입했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수입차를 중국부자들이 사는 일이 다반사인 중국에서 기껏해야 수억 원에 지나지 않는 페라리 한 대를 구입한 것 뿐인데 중국 사람들이 왜 이렇게 관심을 보였는지 궁금했다.

청두에서 발행되는 '화시두스바오'(華西都市報)는 "모터쇼 개막 직후, '외견상 전혀 페라리를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던 이 신비스런 남자'는 인민폐 280만 위안(1위안=130원안팎, 한화 약 3억7천만 원)짜리 최신형 페라리를 10여 분 만에 매입함으로써 쓰촨성은 물론 중국 서부지역에서 첫 번째 페라리 F430의 소유자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판매원 등 중국인들이 놀란 것은 이 남자의 페라리 구입행태였다. 판매원에 따르면 이 귀공자는 모터쇼 개막 직후 곧바로 페라리 앞으로 다가와서 살펴본 뒤 "이 차 인민폐로 얼마냐"고 묻고는 운전석에 앉아본 후 사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현금과 수표 80만 위안을 주머니에서 꺼내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가격흥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 가격이나 계약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흥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자동차 매매관행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흥정 없이 곧바로 계약해버린 이 귀공자의 구매형태에 중국인들도 놀란 것이다.

페라리는 이태리 페라리사가 제작한 세계적인 명차 중의 하나다. 특히 2005년형 F430은 국내에서도 그리 흔치않은 차종이다. 이 신문의 인쉬(殷旭)기자에게 그는 "한국에 있을 때 부친이 생일선물로 준 페라리를 타고 다녔다. 그래서 페라리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청두에 온 후 줄곧 페라리를 사고 싶었다. 그래서 모터쇼장에 들어서자마자 빨간색 페라리에 이끌렸고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최신 2005년형 F430이어서 주저없이 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기자에게 감추지도 않았다.

웬만한 것에는 놀라지 않는 중국사람들이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대단한 한국 모 대기업 고위층 자제의 소비행태다. 현지언론은 이 귀공자의 사진까지 곁들여 보도했다.중국 서부 대개발의 관문 쓰촨성. 중국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서부 대개발프로젝트에 국내 대기업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청두(成都)에서 우연히 보게 된 현지신문을 보면서 서부지역에 투자한 한국대기업보다 귀공자가 유명해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는 것은 기자 혼자만의 기우는 아닐 것 같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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