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납품업체에 '차구매 할당' 의혹

입력 2006-02-28 08:44:09

기아차, 단가 인하요구도 모자랐나…

현대·기아차와 현대차그룹 일부 계열사들이 직원들에게 기아차 판매를 할당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기아차측이 환율 하락과 내수 부진을 이유로 일부 납품업체들에도 차 구매를 할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납품단가 부당인하 여부 조사에 들어간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자동차 구매를 강제 할당했는 지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아차의 일부 납품업체에서 기아차 구매를 할당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3월말까지 로체 1대, 카렌스 1대 등 2대를 소화해달라는 요청을 기아차측에서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이 어려워지면 여지없이 납품업체를 몰아붙인다"면서 "경영실적이 좋다고 해서 납품단가를 크게 올려준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도 "최근 기아차측에서 차 구매 요구를 받았다"며 "납품가 인하 협상을 하고 있는 와중이어서 불이익을 보지 않으려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아차측으로부터 차 구매를 할당받았다는 납품업체의 관계자는 "2년 전에도 기아차로부터 자동차를 3대 구입했다"면서 "어려울 때마다 이 같은 요청이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업체가 납품업체에 자동차 구매를 강제 할당했다면 엄연한 공정거래법 위반이지만 그동안 이 문제로 제재를 받은 자동차업체는 없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납품을 미끼로 자동차를 판매했다면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그동안 업계에서 이런 소문이 파다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납품업체의 지위나 형편상 강제 할당을 받았다고 나서는 업체가 없어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납품단가 부당 인하 여부 조사도 전반에 걸쳐 실시되는만큼 차 구매 할당 의혹에 대한 조사도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납품업체에 차 구매를 강제로 요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관할 영업소나 대리점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납품업체에 구매를 권유했다면 문제는 없지만 강제로 요청했다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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