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아기가 다 커서 어느새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니 너무 뿌듯합니다."
외손녀 수정이(7)와 외손자 민수(5)를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 딸 부부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할머니 박칠련(58) 씨는 애써 섭섭함을 감추는 표정이었다. 수정이가 서울 소재의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두 아이를 보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수정이는 소심하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 반면 민수는 남자아이다운 성격이라고 했다.
박씨가 외손녀를 맡은 것은 수정이가 9개월 됐을 때부터. 마침 초등학교에서 명예퇴직을 한 시기에 외손녀를 맡아줄 결심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쉰이라는 젊은(?) 나이에 할머니가 된 박씨는 외손녀를 키우는 동안 잊지 못할 추억이 많았다고 했다. "그 나이에 누가 할머니로 봤겠어요? 보는 사람들마다 늦둥이 아니냐고 했지만, 할머니 소리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박씨는 지금 자신의 나이에 할머니가 된 친구들을 보면 일찍 손녀를 갖게 된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자·손녀 양육의 절반은 외할아버지(61)의 몫이었다. "할아버지가 우는 아기를 업고 달래다 지쳐서 벽에 이마를 대고 서서 잘 정도였어요." 남편은 여전히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고.
아무리 친자식이라도 손자·손녀 양육은 부담스러워하는 요즘 세태. 박씨는 만일 부모가 아이를 맡아 키워준다면 그 노고를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글방글 웃는 애를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어떨 때는 아이에게 기를 빨린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힘에 부치기도 한다는 것.
"요즘에는 자녀가 늦게 결혼하니까 조부모도 나이를 먹어 더 키워주기가 힘든 것 같아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박씨는 조만간 상경해 5월까지 아이들을 봐줄 요량이다. "할 수 없지 않겠어요. 남편이 퇴직하면 그때 또 봐주러 가야지요."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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