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나, 춤추는 나' 대구의 젊은이들

입력 2006-02-25 09:36:43

땀에 범벅이 된 몸과 열정적인 몸짓 그리고 젊음이 내지르는 소리….

그들이 있는 곳엔 뜨거운 열기로 넘쳐난다. 뛰고 넘고 돌고 꺾고 비틀어대면서

10대 그들은 무한 자유를 꿈꾸고 내 세상임을 확인한다.

춤을 추면서 이제야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그들, 아슬아슬한 묘기를 보이면서 이제야 숨통이 터지는 같다는 그들. 청춘이 살아있는 현장이다.

'멋있다'는 주위의 시선을 마음껏 즐기면서 힘줄이 살아 움직이는 그들의 세계 속으로 빠져본다.

◆ 춤추는 전사들

"이 순간 살아있음을 느껴요. 함께 춤추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지난 20일 오후 3시 대구지하철 1호선 교대역 지하 대합실. 대구교대 댄스 동아리 '비(飛)'의 구성원 5명이 가수 장우혁의 '지지 않는 태양'에 맞춰 춤동작을 맞추고 있었다. 이들은 탁트인 공간에서 똑같은 동작으로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흠뻑 땀에 젖고 곧 무아경에 이른다.

팀 리더인 이재성(22·대구교대2) 씨는 "춤추는 것도 단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멋있어 보이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며 "교사가 된 뒤에도 계속 춤을 추고 싶다"고 했다.

이들 5명은 지난 23~25일 열린 신입생환영회에서 공연을 펼쳤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연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는 이들에게 춤은 젊음을 불태울 만한 대상이었다.

팀을 이룬 이들과 달리 혈혈단신 혼자서 연습하는 여학생 춤꾼도 있다. 나혜진(16·경북예술고1) 양은 학교나 학원을 마치고 귀가할 땐 꼭 지하철 교대역에 들른다. 나 양은 대합실 거울 앞에서 MP3 플레이어에 스피커를 연결한 후 음악을 틀어놓고 1시간가량 정신없이 춤을 춘다. "춤출 땐 세상이 내 것"이라는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춤에 빠져들어 만 3년째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춤을 혼자서 연마하고 있다. 가수 겸 만능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그는 "안 되던 동작을 조금씩 익혀나갈 때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지하철 역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오히려 반긴다. 김주흠 교대역장은 "대합실 양쪽 대형거울 앞에는 매일 젊은 춤꾼들이 2, 3팀 찾아온다"며 "지하철이 열린 문화공간으로 활용돼 오히려 밝아졌다"고 했다.

◆우린 '야마카시 족'

"장애물을 뛰어넘고 벽을 타고 점프하는 재미, 아마 모를 거예요."

22일 오후 2시 대구 성서의 학생문화센터 앞 광장. 10대 중·후반 청소년 10여 명이 모여 계단 벽을 뛰어넘거나 벽을 타고 도는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스턴트 맨' 같은 묘기를 연출하는 이들은 다름아닌 야마카시(Yamakasi) 동호회 '마루'의 대구지부 회원들.

지난해 말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이들 모임은 그야말로 다이내믹 그 자체다. 다소 위험한 듯 보이지만 기초부터 다져가며 작은 기술들을 하나씩 익혀가는 이들에겐 '짜릿한 성취감'이 더욱 더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다. 근력, 순발력, 지구력 등 체력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덤이다.

여학생 2명도 포함돼 있다. 태권도와 합기도를 배운 최수정(15.팔달중3) 양은 "격투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보다 더 신나는 취미생활을 찾아 열심히 기술을 터득하고 있다"고 좋아했다.

배운 지 3개월째라는 막내 김용훈(13.입석중1) 군은 "영화 '야마카시'를 보고난 뒤 장애물을 거침없이 뛰어넘는 주인공들에 매료됐다"며 "부모에게도 '하고 싶다면 조심해라'는 허락을 받아냈다"고 했다.

현재 대구 야마카시 동호원 회원은 50여 명. 이들은 매주 또는 격주에 한번 대구학생문화센터 등 연습할만한 장소를 찾아가 2시간 정도 연습하고 헤어진다. 1년이상 기술을 익힌 선배들이 초급 후배들을 상대로 낙법부터 시작해 손짚고 담넘기, 연속장애물넘기, 공중에서 발차기 등 안전하고 기본적인 기술을 가르친다.

'파워 턴(비틀어 돌기)'의 1인자 김활명(21.대구대 체육레저학과2) 씨는 "주위에서 우려하는 극단적인 모험은 하지않는다"며 "타박상 정도는 각오해야 하지만 지난 6개월동안 사고 한번 없을 만큼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글.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사진:대구지하철 1호선 교대역에서 댄스동아리 '비(飛)' 회원 5명이 음악에 맞춰 춤동작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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