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달린다

입력 2006-02-25 07:38:05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달린다

김선욱·마동욱·김매쇠 지음/한얼미디어 펴냄

그곳에 가면 오래 전에 헤어진 첫사랑 같은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책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달린다'는 막연하지만 설레임으로 가득 찬 땅 시베리아를 향해 떠난 세 남자의 기행문이다. 여행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것은 9천288km에 이르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의 배경이 되어온 풍경들로 가득찬 세계 최장의 철길을 달리면서 이들은 한민족 이주의 슬픈 역사를 더듬기도 하고 러시아인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이 책은 박제된 여행정보가 아니라 세 남자가 직접 경험한 생생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6박7일이란 긴 시간을 기차 안에서 보내면서 저자들은 러시아인들의 생활 풍습을 엿보기도 한다. 기차 안에서 하루 세끼를 해결해야 하는 러시아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컵라면은 인기 최고다. 기차 승무원이 1년간 1억5천명이 이용하는 기차 안 쓰레기를 태연하게 차창 밖 시베리아 평원에 버리는 모습은 환경오염의 우려를 낳기도 한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평원과 숲을 달리면서 이들은 기차 안의 닫힌 고독이 러시아의 문학과 예술의 꽃을 피웠으리라 짐작한다. 여행기와 함께 시베리아 횡단철도 주변의 광활한 대지의 풍경사진도 눈길을 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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