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엽기적 사건 이후 지역의 성폭력 상담 현장에서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말고 사전예방과 피해 아동을 위한 치료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동 성폭력 예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는 것이다.
△굿네이버스="어떤 사람이 치마를 들추면 어떻게 말한다고요?"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23일 성추행 대처 방법을 교육받고 있던 '근로복지공단 어린이집(시설장 박미용. 서구 중리동)' 냇물반과 누른솔반 아이들은 전혜영 사회복지사의 질문에 힘차게 대답했다.
굿네이버스 대구지부(이하 지부)가 마련한 아동권리·성교육 프로그램 중 '나의 몸은 소중해요' 부분. 부모와 어린 남매로 구성된 인형 한 세트를 꺼내든 복지사가 자연스레 인형 옷을 벗겼다. '음순', '음경' 등 성기를 가리키는 명칭을 정확히 따라 읊게 한 뒤 아기가 생기는 과정도 쉽게 설명했다. "이제 그만 할까요?"라는 복지사 말에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며 "더 해주세요. 재미있어요"라며 졸라댔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2000년부터 미취학 아동과 부모, 보육시설 교사를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대구지부는 지난 한해에만 189곳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성교육을 펼쳤다.
최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관련 교육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053)427-5147.
△해바라기아동센터=성폭력에 노출된 13세 미만 어린이들을 전문적으로 구제하고 지원하는 해바라기아동센터는 전국에 3곳. 그 중 하나가 경북대병원이 운영하는 영남권역 해바라기아동센터(이하 센터)다.
센터에 성폭력 피해가 접수되면 응급치료가 가장 먼저. 외상치료와 더불어 경북대병원 정신과를 통해 심리치료도 병행한다. 법의간호사들은 피해 어린이의 몸과 옷에서 가해자를 가려내기 위한 법률적 증거 수집에 나선다. 필요할 경우 경찰 입회하에 피해진술을 녹화해 고소 등 법률절차를 밟는다.
지난해 이곳에선 100여 건의 아동성폭력을 상담했다. 실제 방문 치료 아동은 상담 건수의 절반선. 올 들어서만 30건을 상담했고, 이 가운데 20명을 치료했다. 80%가 여자아이들이며 상담·치료 사례는 절대 밝히지 않는다.
변외진 놀이치료사는 "상담 건수에 비해 치료건수가 절반에 불과한 것도 피해어린이의 부모들이 자꾸 숨기려고 하는 탓"이라며 "가끔 언론을 통해 성폭력 피해사건이 공론화되기는 하지만 피해 어린이의 부모들이 사건이 드러나는 것을 워낙 기피하는 탓에 이곳에서도 상담·치료 사례는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자원봉사자조차 받지 않는다는 것.
그는 "아동 성폭력 사건은 경찰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재판정에서도 피해 아동들의 논리적이고 정확한 진술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경찰과 법원은 물론 사회 전체가 아동 성폭력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053)421-1375.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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