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서머스(51) 하버드대 총장.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을 지냈던 경제통이다. 5년 전 하버드로 자리를 옮겨 대학 CEO로서의 성공적인 변신에 기대를 모았던 서머스 총장은 그러나 인종 차별적, 여성 비하 발언 등 신중하지 못한 말 때문에 자주 물의를 빚어 왔다. "흑인 학과 교수들이 성적을 후하게 준다", "기업도 종신 고용제가 없어졌는데 교수들만 종신제다","남녀 간 기본적 차이 때문에 과학계에 여성 학자가 적다"…. 재작년엔 "1970년에 한국에 창녀가 100만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는 식의 엉터리 발언도 했다.
◇MIT 출신의 '천재'로 28세 때 하버드대 정교수가 돼 세상을 놀라게 했던 주인공이다. 그런 서머스 총장이 21일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유는 인문대 교수들과의 심각한 갈등으로 직무 수행이 어려워졌다는 것. 총장 재직만 5년으로 1862년 코넬리우스 펠튼 총장이 취임 2년 만에 병사한 이래 144년 만에 최단명 총장이 될 참이다. 오는 28일 인문대 교수들의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더 이상 망신당하기 전에 떠나자"는 쪽으로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서머스 총장은 교과목 개혁,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장학금 확대 등 학교 발전에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일사천리식 개혁 자세와 독선적 학교 운영 방식이 문제였다. 돌출적이고 경솔한 발언들도 교수들과의 갈등을 키웠다. 제프리 삭스 등 스타 교수들이 줄줄이 하버드를 떠나갔고 작년에 이어 또다시 불신임 투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버트 러플린 총장도 요즘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교수협의회가 오는 7월 계약이 만료되는 러플린 총장의 직무 수행 능력과 계약 연장 관련 설문조사 결과 90% 이상이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한다. 취임 때 '과학계의 히딩크'로 불릴 만큼 노벨상 수상자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이후 KAIST 사립화안, 3인 부총장제 강행 등으로 학내 갈등이 커진 것이 주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개혁과 갈등은 그 성격상 서로 피할 수 없는 숙명적(?) 관계다.그러나 '공동선'을 향한 타협과 절충, 양보 등 서로가 패러다임을 바꾼다면 얼마든지 조화로운 관계가 될 수 있다. "나 아니면 안 된다" 식의 독선이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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