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派 사원 파괴 발단…수니派 사원 무차별 파괴·지도자 살해 잇따라
시아파 성소인 한 이슬람사원이 22일 공격당한 데 대한 보복으로 시아파 이슬람 무장세력이 수니파 사원을 무차별 공격해 새 정부구성 과정에서 진통을 거듭해 온 이라크가 종파 간 내전 위기를 맞고 있다.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은 내전 위기를 경고하면서 각 종파에 진정할 것을 호소했으나 시아파 무장세력의 보복으로 수니파 종교지도자들이 사망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수니파로 추정되는 이슬람 무장세력 10명은 이날 오전 7시께(현지시간) 경찰복장을 하고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사마라의 아스카리야 사원을 급습한 뒤 사원 안에서 폭탄을 터뜨려 1905년 완공된 이 사원의 황금돔이 파괴됐다.
이라크 당국은 파괴된 건물더미를 뒤져 고유물과 코란을 수습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매몰된 사람을 찾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카리야 사원은 시아 무슬림들이 이슬람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혈통을 잇는 후계자로 보는 제10대 이맘(종교지도자)인 알리 알 하디(서기 868년 사망)와 그의 아들로 11대 이맘인 하산 알 아스카리(서기 874년 사망)의 영묘가 있는 곳이다.
알 아스카리는 시아 무슬림들이 예언자의 혈통을 잇는 마지막 이맘으로 보는 제12대 이맘 모함메드 알 마흐디의 아버지로, 시아 무슬림들은 9세기에 홀연히 사라진 그가 지금까지 살아있으며 구원자로 다시 나타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성소가 파괴되자 시아 무슬림들은 즉각적인 항의 시위와 보복공격에 나서 이라크 전역의 수니파 사원 최소 90곳이 피습당하고 수니파 성직자 3명을 포함해 7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가 속출했다. 수니파 조직인 이라크 이슬람당은 바그다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90곳 이상의 수니파 사원이 시아파의 공격을 받았으며 이 중 3곳은 폭발물로 완파됐고 일부는 방화로 불에 탔다고 밝혔다.
시아파의 보복공격으로 이날 훼손된 사원 중에는 수니파가 추앙하는 이슬람 출현기의 지도자인 탈하 빈 오베이드 알라의 묘가 조성된 바스라 지역의 사원이 포함돼 있다.
시아파 소장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알 마흐디군은 이날 바스라와 바그다드에서 자동소총과 로켓추진 수류탄 등을 발사하며 수니파 사원과 관련 시설 공격을 주도했다.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그랜드 아야툴라 알리 알 시스타니는 아스카리야 사원이 공격받은 뒤 성명을 통해 사원 공격을 규탄하되 수니파 사원을 보복공격하지는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강경 시아 무슬림들은 시아파의 봉기를 촉구하면서 보복공격을 지속할 움직임을 보여 미군과 이라크 당국이 우려지역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야간통금을 실시하는 등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수니 쿠르드족인 탈라바니 대통령은 "우리는 이라크의 화합을 노리는 중대한 음모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고 "내전 위험을 막기 위해 모두가 단결해야 할 것"이라며 시아파의 자제를 호소했다. 또 시아파인 이브라힘 알 자파리 총리는 사흘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국민의 단결을 호소했다.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조지 케이시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과 공동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종파 간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파괴된 사원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그다드AP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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