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호 '숙제는 많다'

입력 2006-02-23 08:46:58

이겼지만 더 많은 숙제를 남겼다.

전반과 후반을 나눠 보면 전혀 다른 팀이 경기를 펼친 것 같았다. 원정에서 상대 분위기에 휩쓸렸을때 플레이를 재정비해 안정을 되찾는 지혜와 응용력이 아쉬웠다.

아드보카트호가 22일 밤(이하 한국시간) 시리아를 적지에서 2-1로 꺾고 타이틀이 걸린 공식경기에서 첫 승리를 따냈지만 역습에 취약한 수비라인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노출됐다.

또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이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어려운 흐름으로 몰고 갔다.

해외전지훈련을 통해 자리를 잡아가던 포백(4-back) 시스템(4-3-3 포메이션)은 후반 잇따라 위기를 맞자 도중에 스리백(3-back)으로 전환해야 했다. 포백을 완성 단계로 보기에는 유기적인 커버플레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노출한 문제점을 상당 부분 개선하지 않는다면 독일월드컵 본선에서 훨씬 강한 상대를 만났을때 더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은 한 판이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원정에서 상대가 강한 압박으로 밀어붙일때 어려움이 생긴다는 걸 선수들이 배웠다"고 말했다.

◇포백 뒷공간 '점검은 필수'

포백은 수비라인이 일자로 늘어서고 좌우 윙백이 자주 오버래핑에 나서기 때문에 뒷공간이 열린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관건은 어떤 팀이 이런 위험도를 줄이느냐에 달려있다.

아드보카트호는 올해 세 차례 패배를 당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덴마크, 코스타리카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반복해서 드러냈다. 역공을 받을 때 중앙이 무너지면 측면이 막아주고 측면이 뚫리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커버해주는 식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더뎌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후반 4분 실점 장면에서 알 카티브의 돌파에 중앙 수비가 무너졌고 오른쪽 측면에서 조원희가 따라붙었지만 한발 늦었다. 후반 18분 알 라시드에게 내준 1대1 찬스도 비슷했고 후반 33분 옆그물을 때린 알 카티브의 슛도 커버플레이가 잘 이뤄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중반 김남일을 중앙 수비수 자리까지 끌어내리고 막판에는 수비수 김상식을 미드필더 김두현 대신 투입해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포백이 불안했기에 불가피하게 처방한 고육지책이었다.

◇원정 분위기 싸움이 중요하다

한국축구에 중동 원정경기는 언제나 어려운 시험이다. 상대 전력에 관계없이 원정이라는 환경이 주는 압박감도 강하다.

아드보카트호는 전반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역습을 무력화했고 1차 저지선에서 강력한 압박이 효과를 발휘해 단 한 번의 위기도 맞지 않았다.

더블 수비형 미드필더(김남일-이호)가 포백에 협력하는 짜임새가 좋았다.

그러나 후반 시작하자마자 기습적인 중거리슛을 얻어맞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운재가 선방했지만 시리아가 분위기를 타자 태극호는 위축됐다.

미처 전열을 정비할 틈도 없이 동점골을 내줬다. 이천수가 1분 만에 다시 리드를 잡는 결승골을 뽑아내지 못했다면 훨씬 어려워질 뻔 했다.

후반 분위기 싸움에서 밀린 건 상대팀의 일방적인 응원에다 거친 플레이, '첫 실전'이라는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6일 6만여 멕시코 관중의 일방적 응원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의문 부호가 남는다.

◇결정력이 주도권의 열쇠

이날 선제골은 '아드보카트호 타임'에 터졌다. 지난해 평가전에서 전반 10분 이전에 연달아 골을 뽑아 붙은 말이다.

김두현의 첫 골은 전반 5분에 나왔다. 전반 2-3차례 기회에서 추가골을 뽑았다면 후반에도 압도적인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동국의 발리슛과 옆그물을 흔든 이천수의 슈팅이 골로 연결되지 않아 후반 고전을 예고했다.

지난달 29일 홍콩에서 크로아티아를 2-0으로 완파할 수 있었던 것은 전반 김동진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초반 이천수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여유를 찾았던 게 컸다. 한골 차 리드를 지키고 있을 때는 수비 라인이 늘 불안하지만 스코어를 더 벌리면 수비라인이 훨씬 더 쉬워진다. 결정력이 흐름을 잡는 열쇠인 셈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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