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이렇게 해요-대구 경신고 권혁수군

학습도 진로선택도 '교과서대로'

권혁수(대구 경신고 2학년) 군의 공부 방법은 교과서적이다. 너무 교과서적이어서 조금은 별나게 보이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대에서 열린 제3회 전국 고교생 경제경시대회에서 은상을 타기도 했다. 학원 다니기도 바쁜 보통 고교생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교과서대로 일찍부터 진로를 준비해온 혁수에게는 당연히 참가해야 하는 대회였다.

▶ 학교에 길이 있다

혁수는 학교에서 공부하기를 좋아한다.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학교 독서실로 가서 밤 12시까지 공부한다. 학교 독서실은 일반 독서실처럼 삼면이 꽉 막힌 공간이 아니라 사방이 훤히 트인 개가식이어서 옆의 친구들이 공부하는 모습이 잘 보인다. 경쟁심도 생기고 즐겁기도 해서 공부하기 너무나 좋다고 한다. 학원 수업이 있는 날엔 학원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올 정도다.

학원에서 선행학습 하는 것도 싫어한다. 중학교 때 수성구로 전학 와서 친구들의 엄청난 선행학습 분량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따라 해서는 나을 게 없다는 생각에 공부를 학교 진도에 맞췄다. 과목 시작 한 달 전부터 혼자 예습하는 방식이다. 고교생인 지금도 모든 과목 공부를 학교 수업 한 달 전에 시작해서 학교 진도 끝나기 한 달 전에 마무리하는 식으로 한다.

▶ 학교 시험 노하우

혁수의 공부는 학교 시험이 최우선이다. 대학입시에서 내신 성적의 비중이 높지 않다고 해도 당락은 항상 소수점 단위로 갈리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수능시험 대비도 학교 시험만 충실히 준비하면 걱정할 게 없다고 믿는다.

학교 시험 대비의 기본은 수업 필기다. 교과 선생님이 강조하는 부분을 놓쳐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어나 수학처럼 같은 학년에 여러 선생님이 수업하는 과목은 다른 반 친구들과 노트를 바꿔서 모두 필기한다. 선생님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부분은 노트를 봐야만 알 수 있다.

학교 독서실을 좋아하지만 시험기간에는 집에서 공부한다. 독특한 공부 방법 때문이다. 가장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은 교과서 읽기.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방을 왔다갔다 하며 큰 소리로 읽는다. 연기나 연설도 한다.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의 주인공도 됐다가, 윤리 교과서의 철학 강의도 한다. 그렇게 과목마다 시험 범위를 적어도 다섯 번씩은 읽는다. 두세 번 읽은 뒤 문제집을 풀고, 다시 읽고, 다시 문제를 풀고, 다시 읽어서 마무리한다.

고2까지 혁수의 내신 성적은 서울대 기준으로 200점 만점에 195.4점이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에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도 기대보다 낮다. 1학년 2학기 때 두 과목에서 답안지 표기 실수를 하는 통에 10문제나 틀려 많이 까먹은 탓이다. 이후로는 문제를 다 풀고 나면 두 번 더 검산하고 한 문제씩 표기한 뒤 뒷번호부터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다.

▶ 진로 선택은 일찍

혁수는 지금도 쉬는 동안에 TV 동물 관련 프로그램 보는 걸 가장 좋아할 정도로 동물이나 자연, 인체 등 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 때는 과학 관련 책만 읽을 정도였다. 수학, 과학 과목이 좋아진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책이나 자료 등을 아무리 찾아봐도 자연계열에는 가고 싶은 대학 학과가 없었다. 부모님과 의논한 끝에 인문계열에 진학하기로 중학교 때 결정했다.

고교 1학년 들어 진로를 탐색한 결과 경제학과가 적성에 맞다고 판단했다. 수학, 과학을 좋아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대학 진학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점검하다 1학년 말에 경제경시대회를 알게 됐다. 지난해 도전에서는 준비가 부족해 2점 차이로 수상을 놓쳤다. 지나고 보니 서울에서는 학원에 대회 대비반이 있을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 재정경제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이 주최하는 대회라 대학 진학 때 큰 도움이 되기 때문. 올해는 '맨큐의 경제학' 같은 대학 경제학 책, 신문에 실린 주요 경제 기사 등을 한 달 가까이 공부한 끝에 수상하는 기쁨을 안았다.

"이제는 고3에 올라가니 수능시험을 생각해야죠. 모의고사를 통해 훈련을 좀 하면 잘 되겠죠." 혁수의 공부는 앞으로도 교과서적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