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제시문 (1), (2)의 내용을 각각 요약하시오.
II. 제시문 (1), (2), (3)을 연관시킬 수 있는 하나의 주제를 찾아내어, 그 주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쓰시오.
(1) 한국전쟁 기간 중에 나는 종군하여 철원에 간 적이 있었다. 격전이 막 끝난 철원 시가는 완전 폐허였다. 길만 훤히 트인 시가지 도처에서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다. 길을 따라 걷던 나는 문득 타 죽은 닭을 보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닭은 선 자세로 타 죽어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나는 무심코 발로 닭을 건드려 보았다. 그랬더니 그 닭의 날개 밑에서 병아리 몇 마리가 삐악거리며 나왔다. 죽은 닭을 버려둔 채 종종거리는 병아리를 보며 나는 코가 시큰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유한하다. 억만 겁의 흐름 속에서 어렵고 어려운 인연을 얻어 태어난 생명은 그 태어남의 영겁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무상(無常)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 세상 영겁의 흐름도 결국은 무상의 연결을 통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영원과 무상은 서로 별개인 채 대립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는 무상하고 영원이란 그 많은 무상들이 통섭(統攝)되어 이루어진다.
무상들이 이어져서 영원을 기약한다고 할 때, 각각의 무상이 시공간 상에서 차지하는 기능은 바로 영원과 맞먹는 절대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영원이란 무상과 무상이 앞뒤로 빈틈없이 연결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상과 무상의 전후 연결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의 지속적 구분에다 결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식과 생존이라는 실재에서 무상과 무상의 연결은 앞서 태어난 생명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생의 연속이므로 생명은 어디까지나 고립된 존재일 수 없다. 따라서 공간적으로 나와 남이 만나는 교섭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 세상에서 유한한 생명이 무한으로 연결되는 길은 우선 남녀가 결합해서 자녀를 생산함으로 열리게 된다. 무상과 무상은 시간적 전후 계승에 앞서 공간적인 자타(自他)의 결합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남녀의 결합으로 이룬 부부 관계에서 자녀가 태어난다. 자녀는 현재를 미래로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자녀가 성장하여 저마다 짝을 찾아 부부를 이루고 자녀를 낳으면서 현재는 과거가 되고 미래가 현재로 다가와 끊임없이 생을 이어간다. 따라서 생식이란 어떤 의미로 보아서는 자기의 희생이다. 그러나 모든 생명은 그러한 자기희생을 겪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미래생(未來生)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유한한 자기는 자녀를 통해서 무한하게 존속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의 현재생(現在生)에서 자녀의 미래생(未來生)으로 연결되는 과정과 절차는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생명은 그리 강인견실(强靭堅實)한 것도 아니요, 더욱이 어린 생명은 그 스스로 생을 영위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해 부모한테 보호와 양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의 희생이란 생식에서 그치지 않고 보육(保育)까지 연장된다. 자녀는 그러한 부모의 희생을 발판으로 현재성을 굳건히 점유하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킬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한다. 자녀가 현재의 점유자가 되었을 때 부모는 과거로 밀려가고 그들의 무상은 끝을 맺는다.
(2) 개체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자신이 속한 집단의 다른 개체들에게 이익을 가져오는 현상을 일컬어 이타적이라고 한다. 생물학에서는 집단의 이익을 위한 개체의 희생을 자연선택의 결과로 본다. 자연선택에 의한 어느 개체의 자손 감소는 같은 집단 내의 다른 개체들의 자손 증가를 촉진한다. 따라서 어느 개체의 자손 감소가 결과적으로는 집단에게 이익을 가져오므로 이타적인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개체의 희생으로부터 수혜를 입는 범위는 가깝게는 친족으로부터 멀게는 그 친족을 포함하는 종족까지 확산된다. 친족의 입장에서 보자면 혈연관계에 있는 어느 개체의 희생은 친족의 내적 결속을 강화하는 이타적인 행동이다. 반면에 그 희생은 혈연이 아닌, 다른 집단들에 대해서는 친족의 이기주의에 기여하는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적 관점을 취하는 근래의 유력한 생물학 이론에 따르면 한 개체의 희생이 미치는 수혜의 범위가 혈연관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족이라는 포괄적인 수준까지 확대된다고 한다. 다만 희생하는 개체가 수혜자와 얼마나 가까운가에 비례하여 이타적 행동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감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체의 희생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의해 이기적으로도 이타적으로도 보일 수 있다. 혈연적으로 다른 집단들에 대해 이기적으로 보이는 개체의 희생이 유전자라는 포괄적인 시각을 취하면 이타적이 되는 것이다. 유전자는 개체의 이타주의를 통해 존속하며 그로써 같은 유전자를 보유한 종족의 번식이 가능해진다.
(3) 포식자를 발견한 땅다람쥐는 예외 없이 뒷다리로 서서 소란스러운 경고음을 낸다. 침입자의 주의를 끌어 주변의 다른 땅다람쥐들이 도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경고음을 낸 땅다람쥐가 침입자에게 잡아먹히는 대가로 다수의 다른 땅다람쥐들은 생명을 보존하게 된다. 심지어 새끼를 낳아본 적이 없는 어린 땅다람쥐조차 동일한 행동을 취한다. 죽음을 자초하는 땅다람쥐의 행동은 개체 선택의 관점에 비추어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집단의 차원에서 이해할 때 땅다람쥐가 경고음을 내어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하는 것은 결코 무모한 선택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개체의 희생을 통해 같은 유전자를 지닌 종족의 보존과 번식에 이바지하는 성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당까마귀의 서식지는 유라시아 대륙에 두루 분포한다. 당까마귀는 군거성이 강해 무리를 지어 살면서 목초지에서 유충을 잡아먹는다. 해마다 봄이 되면 당까마귀 떼는 산란과 부화를 위해 높은 나무 위에 집단적으로 둥지를 튼다. 다수가 군락을 이루어 살면서도 당까마귀들은 별다른 충돌 없이 서로서로 잘 지낸다. 당까마귀 떼가 둥지를 튼 숲에서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소란스런 지저귐이 쉼 없이 들린다. 당까마귀들이 장난치고 짝을 짓기 위해 깍깍대며 서로를 불러대기 때문이다. 끝도 없이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신경이 거슬린 사람들은 당까마귀 떼를 '까마귀 의회'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말 의회라는 이름에 합당할 만큼 당까마귀 떼는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 같다. 당까마귀들은 최적의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 산란의 양을 조절하기까지 한다. 같은 무리 속의 모든 당까마귀들은 마치 의논이라도 한 듯 그들의 산란능력보다 적은 수의 알을 낳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최적의 개체 수가 유지됨에 따라 당까마귀가 굶주림으로 떼죽음을 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 논제 파악하기
고려대 자연계 언어논술은 인간의 보편적 본능이라 할 수 있는 이기심 혹은 이기적 행위와는 반대되는 '이타적 행위' 혹은 '이타적 희생의 의미'를 주제로 출제되었다. 개인과 집단의 규범, 개인적 자아와 집단적 자아는 우리가 행동하는 데 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사회적 쟁점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시대와 사회를 불문하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도덕적 규범들이 필요했다. 지금 한국 사회도 전통적인 공동체적 문화와 가치들이 개인주의적 가치에 의해서 도전받고 있다. 국가나 '우리'의 가치보다 '나' 혹은 개인의 권리나 이익이 우선되고 있으며 그것이 사회 전체로 봐도 합리적이라는 식으로 인식이 바뀌어 왔다.
그러나 개인의 권리와 이익이 보장되는 좋은 규범과 제도들 속에도 문제는 있다. 나의 이익 이외의 다른 가치들에 무심한 개인들이 늘어나고, 시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의무와 협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그들을 어떠한 방법으로든 규제하고, 집단적 가치의 힘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들은 이기적 본능을 조절하기 위한 힘으로서 이타적 자아 혹은 이타적 희생을 우리 모두의 공존을 위한 방식 혹은 규범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자연계 언어논술 문제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학생들에게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비판적 견해를 요구하고 있다.
■ 제시문 분석
세 개의 제시문에서 공통 주제를 추론하는 데 중요한 근거는 제시문(3)의 땅다람쥐와 당까마귀의 예시이다. 이와 연관되어 제시문 1, 2에서는 이타적 희생의 의미를 한국 전쟁 중의 일화나 집단에서 개체들의 이타적 희생을 통한 종족 보존 방식의 예를 제시하고 있다.
△ 제시문 (1) - 희생은 생명의 영원한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고귀한 것이다.
이 제시문은 고려대 명예 교수인 김충렬 교수의 『유가윤리강의』에서 발췌한 글이다. 글의 저자는 한국전쟁에 종군하여 철원을 지나다가 우연히 선 자세로 불에 타 죽은 닭을 보게 되는데, 그 어미닭 날개 밑에서는 새끼 병아리들이 살아 있었다. 이를 보고 저자는 이 세상 생명들은 유한하지만 그 생명들은 죽음과 태어남의 영겁 회귀를 거듭하면서 영원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발견한다. 또한 생명은 따로 각각의 개체로 단절되어 존재하지 않으며, 시공간적인 생명의 연속과 관계 속에 존재한다고 본다.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기르는 과정의 연속이 무상(無常)을 영원으로 승화시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부모는 생명의 연속을 위해서 희생한다. 마지막 문장 "부모의 희생이란 생식에서 그치지 않고 보육까지 연장된다." 와 "자녀가 현재의 점유자가 되었을 때 부모는 과거로 밀려가고 그들의 무상은 끝을 맺는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무상한 생명을 영원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에서 부모의 희생은 필연적이지만, 이러한 이타적 희생은 유한한 생명의 영원한 지속을 가져오므로 고귀한 것임을 추론할 수 있다.
△ 제시문 (2) - 개인의 이타적인 희생은 전체의 이익을 만든다.
개체가 집단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현상을 생물학의 관점에서 검토한 글이다. 첫 단락에서 "생물학에서는 집단의 이익을 위한 개체의 희생을 자연 선택의 결과로 본다."라는 주장을 보자. 개체의 이타적 행동은 종족의 보존과 번식이라는 자연 법칙에 요구되는 필연적인 조건이 되고, 이러한 이타적 행동이 있어야만 개체는 전체 속에서 보존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희생하는 개체의 혈연 관계에 따라 희생이 가져오는 수혜의 효과에는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다른 집단에게는 개체의 희생이 친족 이기주의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유전자의 관점을 취할 때에는 개체의 희생이 가져오는 수혜의 범위는 친족을 넘어서 전체 종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개체의 이타적 희생은 궁극적으로 종족 전체에 대한 이타적 행위라는 것이 이 글의 요지이다.
△ 제시문 (3) - 개체의 이타주의는 종족의 차원까지 확대된다.
개체의 이타적 희생이 혈연의 경계를 넘어서 종족의 차원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땅다람쥐와 당까마귀의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땅다람쥐가 경고음을 내는 것은 집단의 이익을 위한 희생이라는 점과 당까마귀 떼가 산란의 양을 조절하는 것은 집단의 개체 수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고 나아가 굶주림으로 떼죽음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희생일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종족의 번식과 보전을 위한 자연 세계의 이타적 희생이라는, 글의 요지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전체 주제에 대한 추론을 위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제시문 요약 (1), (2) 요약하기
▶ 제시문 (1) 요약
전제 1. 이 세상 모든 생명은 유한하지만, 영겁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무상들이 통섭되어 영원이 이루어진다.
전제 2. 만약 전제 1과 같다면, 수많은 무상들의 연결은 부모로부터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생의 연속이므로 모든 생명은 고립된 존재일 수 없다.
[결론] 따라서 부모의 희생을 통해서 현재성의 존재로 성장하는 것이고, 자녀가 성장함으로써 부모의 부상은 끝을 맺는다.
△ 요약 예시문
태어나는 생명들은 영겁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무상들의 통섭으로 영원을 이루며, 부모로부터 태어남으로써 생명의 연속은 모든 생명의 현재생과 미래생의 연결로 이어진다. 따라서 부모의 희생을 통해서 자녀는 성장하고 부모의 무상은 끝을 맺는다.
▶ 제시문 (2) 요약
전제 1. 생물학에서 집단의 이익을 위한 개체의 희생은 이타주의로 이해된다.
전제 2. 집단을 위한 이타적 희생은 혈연관계에서 볼 때 다른 집단들에 대한 친족 이기주의로 비치지만 종족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확대된다.
[결론] 따라서 유전자는 개체의 이타주의를 통해 존속하며 같은 유전자를 보유한 종족의 번식까지 가능해진다.
△ 요약 예시문
집단의 이익을 위한 개체의 희생, 즉 이타적 행동은 자신의 친족 집단의 이익이라는 친족 이기주의의 한계를 넘어 같은 유전자를 보유한 종족 전체의 보존과 종족의 번식을 가능하게 한다.
(송원&이슈 논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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