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장 대구 발언 정치권 파문

입력 2006-02-20 10:46:18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지방정권 심판론'과 관련한 대구 발언이 정치권에 파문을 낳고 있다. 정 의장의 "지자체에 대한 국정조사를 관철해 지방권력을 심판하겠다"는 당선 제1성이 5·31 지방선거와 겹쳐 정치권의 기싸움 형세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20일 전날 정 의장이 대구를 방문해 "부패지방정권 교체를 시작하겠다"고 한 데 대해 "대구·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부패했다는 말이냐"며 맹렬한 비난을 쏟아냈고 정 의장은 "대구는 열린우리당에 미래를 맡기고 싶어한다"고 반격했다.

'지방정권 심판론'과 관련한 대구 발언에 이어 정 의장은 대구와 경북에 대한 본격적인 공략의지를 보였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구는 우리당이 가장 아프고 어려운 지역"이라면서 "쉬는 날인데도 대구를 방문한 것은 (대구)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구는)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이 맡아 경제는 피폐하고 그늘졌다"면서 "5·31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에 의해 썩은 지방정치를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 의장은 "부패 지방권력 교체를 대구에서 시작하겠다"면서 "우리당에게 어려운 지역인 대구를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 의장의 잇단 발언은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에 대한 중점 공략 의지를 새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발끈했다. 박근혜 대표는 "여당 의장 발언에 일일이 대꾸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말을 아꼈지만 당 안은 부글부글 끓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 의장 발언은) 부메랑이 돼서 열린우리당에 갈 표도 안 가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렇다면 대구와 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부패했다는 말이냐"라면서 "항상 뒷감당도 못하면서 저런 소리를 해오지 않았느냐"며 정 의장을 비난했다. 그는 또 "중앙에서 예산을 타다가 지방살림을 살 뿐인데 지방에 무슨 권력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심판을 하려면 중앙권력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정복 대표 비서실장도 "느닷없이 무슨 지방정권 심판이냐. 중앙정치나 잘할 일이지 사실을 호도하기 위해 당당하지 못하게 지방정권 심판 운운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정 의장의 대구 방문을 "지방선거를 겨냥한 깜짝 이벤트"라고 주장했다.

이상곤·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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