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1천리를 가다-'물곰국 산증인' 이순덕 할머니

입력 2006-02-18 07:14:37

"물곰은 버릴게 하나도 없어. 살, 머리, 껍질은 물론 내장까지 넣어 국을 끓이지."

입소문을 듣고 찾아간 죽변 시장 안의 작은 식당. 포장마차처럼 허름한 모습을 하고 있는 성진식당에서 30여년째 물곰국을 끓여온 이순덕(76) 할머니는 처음부터 물곰국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팔순 가까운 나이에도 직접 물곰국을 끓여내는 이 할머니의 식당은 인근에 소문이 자자할 만큼 유명하다. 싼 가격과 정갈한 음식 맛이 손님을 끄는 비결이다.

10여년전 물곰 한 마리 가격이 5천 원 하던 시절부터 3만 5천~4만 원하는 지금까지 물곰국 한 그릇 값은 변함없이 5천 원이고 작황부진으로 물곰 값이 폭등할 때만 1천 원을 올려 받는다.

얼큰한 국물 맛을 자랑하는 이 할머니는 "물곰은 잡은 지 며칠만 지나면 맛이 떨어지고, 얼리면 살이 풀어져 본존이 어렵기 때문에 생물만 쓴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요리 솜씨가 남편과 사별한 후 어린 남매를 키우기 위한 생계수단으로 바뀌면서 평생 직업이 됐다.

"솔직히 지금 죽변항 인근에서 영업중인 물곰 전문집들의 대부분은 배워간 김치를 넣고 끓여 맛을 내는 원산식으로 우리집에서 배워간 것"이라고 귀뜸한 할머니는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진 칼을 놓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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