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독자 농촌 체험에 대하여

입력 2006-02-17 11:50:26

본지 창간 60주년 기념 '독자농촌체험-가자! 생명의 땅으로'의 첫 행사가 지난 주말(11, 12일)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옛날솜씨마을에서 있었다. 이 행사는 매일신문 독자들이 쇠고기, 쌀 수입개방에 이어 FTA(자유무역협정)라는 신 세계질서에 힘겨워하는 우리 농촌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도농(都農) 간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농촌을 발전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의 뿌리인 농촌은 외양은 10년, 20년 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한발짝만 들어서면 앞으로 존재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격변을 겪고 있다.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우루과이 라운드(UR)라는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체제가 한창 논의 중이던 1990년 국내경지면적은 210만9천ha였으나 1995년 198만5천, 2000년 188만9천, 2004년 183만5천ha로 내리막길을 걸어 15년 동안 27만4천ha가 줄었다. 이는 대구 달서구(62.26㎢)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이며 경지면적이 최고치였던 1968년 231만9천ha에 비하면 48만4천ha가 준 셈이다. 또 농가인구도 1995년 485만1천 명, 2000년 403만1천 명, 2004년 331만5천 명으로 크게 줄었다.

물론 이 숫자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 팽창에 따른 개발과 이농현상이 큰 원인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농업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0년대 중반 이후 UR협정에 따른 WTO체제 출범과 연이은 뉴라운드, FTA체제가 우리나라 농업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지만 대규모 기계영농이나 경지면적이 절대적으로 많은 농업 강대국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 농업의 활로를 찾아보기 위해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에 취재를 갔던 후배가 전해준 이야기가 있다. 그곳에서 그가 바라본 우리 농업의 미래는 한마디로 '절망'이었다. 물론 헤이룽장성은 중국 내에서 농업이 가장 발달했고, 면적도 45만4천㎢로 우리나라(9만9천㎢)보다 4배 이상 넓은 곳이다. 경지면적은 883만2천ha(2000년 기준)로 우리나라의 4배가 넘고, 농업인구는 1천736만 명에 이른다고 했다. 무엇보다 위협적인 것은 주요 생산품인 쌀이 우리 쌀과 같은 품종인 자포니카라는 것이고 그곳 농민들은 수입자유화가 되면 우리나라가 제일 중요한 소비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고 했다.

5년 전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불안감은 있었지만 그것은 막연함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이 됐다. 늦어도 4월쯤이면 중국을 비롯해 미국 등 농업강국들의 값싼 쌀들이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다. 그동안 우리 농업도 신품종, 고품종 개발이나 대체 품목 전환 등 다각적으로 활로를 모색했으나 대부분 농가는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농촌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 '도농상생 체험 프로그램'이다. 미약한 출발이어서 농촌에 직접적인 큰 도움은 되지 못하겠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농촌과 농산물의 주 소비처인 도시와의 거리를 좁히고 나아가 우리 농촌이 처한 고민을 한번쯤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또 다른 급박한 이유가 있다면 점점 도시화돼가는 우리 아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30대 중후반 이후만 하더라도 어릴 때 농촌에서 자랐거나 대부분 부모들의 고향이 농촌이어서 언제나 마음속엔 도농이 공존했다. 그러나 급속한 이농'탈농으로 인해 아이들의 고향이 대도시인 경우가 많아 농촌살리기 호소의 마지막 카드인 '애향심'을 자극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농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곳이 얼마나 좋고 아늑한 곳인지, 그래서 결국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곳이 농촌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으면 농촌의 미래는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여러가지 주변 형편에 의해 격주로 40명이라는 한정된 인원이 참여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 농촌 사랑이라는 첫 발걸음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바란다.

정지화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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